<남은 자>

    
남은 자는 씨앗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무지 벌판에

동글동글 보이지도 않는 점 같은 씨앗들이

썩어져

마침내 울창한 생명의 숲을 일궈 내나니

    
남은 자는 꽃이다

가장 연약해서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야

나무는 세찬 바람을 견뎌내는 강인함으로

꽃을 피워

온 세상에 생명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나니

    
남은 자는 그루터기이다

갈갈이 짤려 나가 아무 데도 쓸모 없어진

밑둥에

푸르르한 새싹들 기적처럼 돋아 나와

마침내 커다란 생명의 나무로 자라가나니

    
남은 자는 마중물이다

무심히 퍼부은 한 바가지 물

펌프 아래 으슥한 지하 물줄기를 잡아

끌어 올려

메마른 땅 위에 생명의 물을 부어 주나니

    
노아

아브라함

모세

세례 요한

사도 바울

144,000

그리고 우리 주님

그러니 남은 자는 생명이다

어둠 속 길 못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그 분의 말씀과 삶, 사랑과 희망을 담지(擔持)한

촛불이 되어

어두운 길목에 그 생명의 불을 밝혀 주나니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