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vent에 대하여

오늘은 대림절 네 번째 주일, 성탄이 저기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대림절을 Advent 라 하지요. ‘오다’, ‘도착하다’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는 라

틴어 adventus 에서 왔는데, ‘여기’에서 ‘거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서 ‘여기’로 오는 것입니다. 방향이 중요하지요. 현재에서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현재를 향해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몰트만은 <오시는 하

나님 Das kommen Gottes>이라 했습니다. 주님은 미래에서 현재로 오시는

분이시라. 그렇게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역사 안으로

뚫고 들어오십니다.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라.

    
혹은 대강절이라 하지요. 待降節, 강림, 주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라는 뜻입

니다. 그런데 오래된 논란이 하나 있으니, 이 ‘오심(降)’에 대한 것입니다. 2천

년 전 주님의 첫 번째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이냐, 아니면 역사의 마지막에 두

번째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이냐는 것입니다. 결론은 초림과 재림, 두 가지 오

심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즉, ‘첫 번째 오심을 기억하는 절기일뿐더러,

종말에 두 번째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절기이라’.

그러므로 대강절은 ‘기억’과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2천 년 전의 성탄을 기억

하는 절기,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시 오실 재림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절기.

    
• 마라나타에 대하여

이 ‘advent’ 와 뜻이 부합하는 단어가 ‘마라나타’입니다. Maranatha는 아람

어로서 박해받던 초대교회 성도들이 서로 만날 때 이 말로 인사했다 하지요.

이 단어는 띄어 읽기가 중요합니다. 마란-아타(Maran atha)로 읽을 경우 ‘주

께서 오셨다’는 완료형 의미가 되고, 마라나-타(Marana tha)로 읽으면 ‘주여

오소서’ 청유형이 됩니다. (C.K.Barrett, 국제성서주석, 451쪽)

그러니까 이 마라나타에도 advent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

나는 완료형으로 2천 년 전 성탄을 통해 ‘주께서 이미 오셨다’(Our Lord has

come!)는 뜻입니다. 이미 이루어진(already) 사건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청유형으로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Our Lord. Come!). 재림을 말하

지요. 주기도문의 ‘나라에 임하옵시며’와도 통합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not yet)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 하나님 나라(Βασιλεία του Θεου)에 대하여

advent와 Maranatha. 결국 이 두 가지 해석은 대림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주께서 성탄을 통해 역사 안에 이미 오셨다는 믿음과,

이제 그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것을 믿는 소망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이미(already)와 아직 아니(not yet)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이 이미(already)와 아직 아니(not yet)의 개념은 하나님의 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흔히 하나님 나라 하면 ‘공간’을 생각합니다. 죽은 후에 가는 천

국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학자들에 의하면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이 다

스리시는 곳’, 혹은 ‘하나님의 주되심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합니다. ‘장소’

가 아니라 ‘통치’ 개념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하나님 나라를 생각할 때,

‘그곳이 어디냐?’ 보다 ‘누가 다스리시냐?’ ‘누가 주인인가?’를 주목해야 합니

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하나님이 우리를 다스리시고 우리의 주인이 되신다

는 기쁜 소식입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니 그 하나님 나라는 주께서 성탄하심으로 ‘이미’(already)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모든 사역의 중심은 하나님의 나라였습니다. 주님은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기 위해 보내심을 받았다고 말씀합니다(눅4:43).

“그러나 내가 만일 하나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눅11:20). 귀신에게 억눌려서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 이 불쌍한 존재에게 주님을 통해 하나님의 능력이 임하자 어둠

의 힘은 패퇴하고 물러갔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하나님의 통

치가 임했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임한 것이지요. 주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 삶 속에 와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이지

요. 하나님 나라를 현재에 체험하다니, 놀라운 일이지요.

    
그러나 그 나라는 ‘아직’(not yet) 완성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우리의 구원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하나님 나라의 완성은 약속으로 남아 있습니다.

온 인류와 피조물, 이 역사와 우주가 구원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종말론

적인 완성은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는 미

래적입니다.

    
“기독교인은 하나님 나라의 미래적 지평을 바라보며, 동시에 지금 이 자리에

서 하나님 나라를 현재적으로 체험합니다... 기독교인의 삶은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체험이며 동시에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향한 순례의 여정입니다. 신자

는 현재와 미래가 만나는 시간 속에서 삽니다”

(현대인을 위한 신학강의, 김동건, 271쪽)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