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일>

텅 비었다는 말

엄마가 가셔서만은 아니었다

코로나 1년,

배불리 먹어도 나는 배가 고팠다

텅 빈 교회

성도들 얼굴이 가물가물해지고

아이들로 북적이던 교육관은 너무 적막해

허기져 숟가락을 들고 이렇게 주방 앞에 서성일 줄은

몰랐다

    
주일마다 성전에 오르는 일

겨우 주차하고 본당에 들어오다

허름한 건물 천장은 낮고

축복송은 왜 이리 어색한지

새로울 게 전혀 없는 그 자리 그 얼굴들,

그래도 함께 예배하며 하늘의 은혜를 내려 받던

시은소(施恩所),

그 가난했던 곳이 이리도 보고파 질 줄은

몰랐다

    
‘까르르’,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 웃음소리

쑥쑥 크는 머스마들과 엘림에서 키를 견주고

삼포세대 축 쳐진 청년들 어깨 툭 치는 일이며

한 주간 주름이 더 깊어진 어르신들

한숨이 하늘에 닿는 젊은이들 안스러워

두 손을 꼭잡고 늘 하던 말, '힘내요'

그 일상의 날들이 그리워 질 줄은

잘 몰랐다

심방해서 교패를 붙이며 그 집을 축복하고

서로 만나 파마했네 살빠졌네 수다를 떨며

붙은 깻잎을 떼어 주려 서로 내밀던 젓가락들

우리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사는 게 힘에 부쳐, 상처받은 일에, 어두운 소식에

그래도 헤어질 때 결론은, ‘기도해 기도하면 되잖아’

서로를 다독이며 버팀목이 되던 시절,

그 당연한 날들이 다시 못 올 추억이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이제와 알고 보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고춧대를 받치고 있는 지지대처럼

나를 받쳐 세워 온 버팀목들,

교회가

성도들이

먼저 가신 엄마가

그리고 우리 주님이,

나를 붙잡아 주는 버팀목이셨음을

그 버팀목 때문에 여기까지 왔음을

예전에 미쳐 몰랐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