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성도(Turtle Christian)

• 거리두기의 명암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레바논 출신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이 <예언자>라는 책에서 노래한 시구

입니다. 백 여 년이 지난 오늘, 그의 책 제목처럼 지금을 콕 집어 예언이라도

한 듯 하지요. ‘거리를 두라’,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예.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지요. 성도들 가운데에

도 확진자 검사를 받기도 하고 가족 간에 자가 격리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

집에서 방문을 닫아 놓고 이산가족이 되어 사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자녀들은 또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거

리두기는 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거반 1년여 동안 사역이 정지되다시피

해 왔습니다. 예배든 교제 봉사이든 기본이 모이는 것인데 모이질 못하니 아

무 것도 할 수 없는 형편이지요.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사람을 차단하는 일이지요. 만

나서 상처받고 마음에 병들고 아파하는 게 우리네 일상일진대, 불필요한 만남

회식 모임을 줄여서 사람을 멀리하는 일입니다. 물론 그러다가 아주 마음문까

지 닫힐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 마음은 함께하기!’

이런 슬로건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 영적인 침체를 경계하라 

목회자로서 진짜 염려는 성도들의 신앙이지요. 사람과의 거리두기로 교회와도

멀어지니 자연히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신앙은 함께 모여서 예

배하고 기도하고 봉사하고 교제하는 끈들로 촘촘히 엮여져 있습니다. 그런 끈

들이 느슨해지면 신앙도 식어질 것이 당연합니다.

    
미국 화란개혁교회 조엘 비키(Joel R. Beeke) 목사는 <영적 침체에서 벗어나

는 길>이라는 책에서, 성도가 신앙생활을 잘 하다가도 영적인 침체에 빠지는

5단계를 말합니다.

1)개인기도를 소홀히 함

2)은혜의 수단을 형식적으로 사용함

3)내면의 부패가 증가함

4)세속화됨의 증가

5)성도의 교제가 사라짐

    
기도 예배 교제 등이 적어질수록 마음의 부패와 세속화가 증가되어 영적인 침

체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교회를 가

까이 할 수는 없는 이때,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이 있으니 하나님과도 거리두기

를 하는 일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성전과 거리두기 예배와 거리두기가 되

니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신앙의 거리두기가 된 것입니다. 그 옛

날 이사야서에서도 탄식하지요.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 하며 입술

로는 나를 공경하나 그들의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나니...”(사29:13). 예레미

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입은 주께 가까우나 마음은 멀도다”(렘12:2).

거리두기의 명암이 확연히 드러나는 이때, 신앙적으로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

고 더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길은 없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하나님 가까이하

기!’

   
하나님께 가까이 가며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중요한 길은 말씀과 기도이지요.

특히 올해는 새해부터 말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가까이 할 때 하나

님을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내 모습을 발견하고 하나님

의 뜻을 알아 올바른 길을 찾습니다. 길이 어두울 때 지도를 봐야하듯, 성경은

우리를 하나님께 가까이 가도록 인도하는 지도요 나침반입니다. 코로나 19는

성경을 가까이하기에 딱 좋은 계절입니다.

   
“맨발의 성자로 알려진 이현필 선생의 스승인 이공(李空) 선생은 혼자 성경을

읽고 그리스도인이 된 분인데, 그가 방에서 성경을 읽을 때면 문 밖으로 이런

음성이 들렸다고 한다. "아하! 그렇군요." "예, 그러셨던 거군요." "알겠습니다."

얼핏 들으면 성경을 읽는 게 아니라 누구하고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는데, 사실은 성경을 읽으면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뵙고 있었

던 것이다. 이렇게 성경을 읽는 것이 가장 잘 읽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성경을 읽으면서 예수를 만나지 못한다면 가던 길을 중동무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이현주, <성경을 잘 읽는 법> 중에서.

• 말씀을 나타내는 상징들

성경에는 하나님 말씀을 나타내는 여러 상징들이 나오지요. 대표적인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등 (빛)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119:105)

등은 가까운 발 앞을, 빛은 먼 길까지 환히 비추어 줍니다. 어둠을 밝히는 등

과 빛처럼, 하나님 말씀이 어두운 내 인생길을 밝혀 바른 길을 걷게 하십니다.

주님은 자신을 세상의 빛이라 하셨습니다.

    
2. 불

“내가 네 입에 있는 나의 말을 불이 되게 하고 이 백성을 나무가 되게 하여

불사르리라”(렘5:14)

불은 더러운 것들을 태우지요. 못된 나무는 찍어 불에 던져집니다. 하나님 말

씀은 더럽고 추한 죄악의 쓰레기들을 태우고, 그날에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

를 태워 심판하십니다.

    
3. 씨앗

“이 비유는 이러하니라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요”(눅8:11)

씨는 생명이지요. 겨자씨 같은 작은 것이로되 자라면 새들이 깃들고 과실을

맺는 큰 나무가 됩니다. 하나님 말씀은 씨앗과 같아서 점점 자라 큰 나무가

되고 생명의 열매를 백배나 거두게 됩니다.

    
4. 방망이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 말이... 바위를 쳐서 부스러뜨리는 방망이 같지 아니

하냐”(렘23:29)

방망이는 단단한 것을 부숴서 깨뜨립니다. 하나님 말씀은 완고한 우리 마음을

깨뜨립니다. 그 말씀을 통해 옥토와 같은 심령으로 기경할 때 열매 맺는 마음

밭이 됩니다.

    
5. 양식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4:4)

사람이 떡(밥)을 먹어야 육신이 살듯, 영혼이 살려면 영혼의 양식을 먹어야 삽

니다. 영혼의 양식은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입니다. 주님도 자신을 생명

의 떡이라 하셨고, 이 떡은 내가 주는 몸이니 먹으라 하셨습니다.

6. 단비(이슬)

“나의 교훈은 내리는 비요 나의 말은 맺히는 이슬이요 연한 풀 위에 가는 비

요 채소 위에 단 비로다”(신32:2)

광야에 비와 이슬이 없이는 생명이 살 수 없습니다. 이슬은 생명을 소생시키

고 비는 곡식을 자라게 하는 단비입니다. 하나님 말씀은 메마른 영혼을 소생

시키시고 장성케 하는 이슬이요 단비와 같습니다.

    
7. 거울

“누구든지 말씀을 듣기만 하는 자가 되고 행하는 자가 되지 않는 사람은 거울

로 자기의 타고난 얼굴을 보는 사람과 같으니 이는 그가 자기를 보고는 가서

즉시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잊어버림이라”(약1:22-)

거울은 내 있는 모습 그대로 비추어 주지요. 거울로 허물들을 보고 옷매무시

를 바르게 합니다. 하나님 말씀은 나를 비추어 줍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잘못된 죄악들을 보게 해서 바르고 온전한 인생을

살게 합니다.

    
8. 다림줄

“또 내게 보이신 것이 이러하니라 다림줄을 가지고 쌓은 담 곁에 주께서 손에

다림줄을 잡고 서셨더니”(암7:7)

다림줄은 건물(담)을 쌓을 때 수직을 재기 위해 추를 달아 늘어뜨린 도구입니

다. 다림줄이 기준이 되어 균형을 잡고 기울지 않게 합니다. 하나님 말씀은 우

리 인생 집에 기준이요 원칙입니다. 오늘날 성경을 canon이라 하는데, ‘재는

막대’라는 뜻이지요. 하나님 말씀은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 주는

척도입니다.

    
• 거북이 성도

Turtle Christian, ‘거북이 성도’라는 말이 있다지요. 성경 말씀을 생명의 양

식이라 하면서도 읽지 않는 성도를 일컫습니다. 작은 새는 9일, 개는 20일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북이는 500일을 먹지 않아도 죽지 않

고 버틸 수 있다고 하지요. 1년을 가야 주일예배때 외에는 성경을 펴서 읽지

않는 성도는 ‘거북이 크리스천’입니다.

    
혹시 나는 거북이 성도는 아닌지. 심지어 뱀은 8백 일까지도 음식 없이 생존

이 가능하다 하니, 나는 뱀 같은 성도는 아닌지? 2021년에는 성경을 펴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새벽마다 <매일 한 장씩>, 또한 하루하루 서너 장씩

통독을 해서 성경 일독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한 번에 많이 읽는 것

이 아니고 매일 매일 성경을 손에서 떼지 아니하고 읽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

다. 성경을 가까이할 때 하나님과 가까이 함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성서와 함께>

  
-이해인-

    
성서와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의 문을 엽니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이

갈피마다 살아 있고

내가 듣고 싶은 주님의 음성이

가장 가까이 들려오는 생명의 책에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메마른 내 가슴에

맑은 물이 고여 오는

성서와 함께

기뻐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사노라면

    
기쁨은 또 기쁨을 낳아

나의 삶을 축제이게 합니다

    
성서 안에 살아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문득 삶의 지혜를 깨우치게 되고

넓은 세상을 바로 보게 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차가운 내 마음에

따스한 물이 고여 오는

성서와 함께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대하노라면

사랑은 또 사랑을 낳아

나의 삶을 사랑이게 합니다

    
하느님과 이웃과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은총의 거울

성서와 함께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의 문을 닫습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