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주는 새로운 깨달음

• 우시는 하나님

오늘 교회 창립 51주년 기념 주일입니다. 기뻐하고 감사해야 하는 날이지만,

현실은 어둡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에 대한 질타가 가득합니다. 사실은 오

래된 교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이지요.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시며

우시던 주님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가까이 오사 성을 보시고 우시며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

더라면”(눅19:41-42).

여기 ‘오늘’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보이는 것은 2천년을 건너 뛴 ‘오늘’로 읽혀

지기 때문입니다. 2021년 오늘 한국교회, 그 속의 우리 교회를 보시고도 펑펑

우시지 않으실까?

톰 라이트(N.T. Wright)는 ‘왜?’ 라는 신정론적 질문 보다는 ‘무엇을?’ 이라는

실천론적 질문을 제안하지요. (요9장) 말씀대로 이 재난이 누구의 죄때문이라

고 지적하기 보다는, 하나님이 하실 일이 있음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재난의 시대에 하나님은 치유와 소망을 주시려고 고통받고 죽어가시면서

최전선에 계신다... 십자가 사건, 그리고 나사로의 무덤 사건을 통해서 볼 때,

하나님은 무덤 앞에서 우시는 하나님이시다. 창조세계의 피조물들이 겪는 고

통을 보면서 신음하며 눈물 흘리시는 하나님이시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 계시

는 동안 고통당하고 연약하며 병든 자들의 친구가 되셨다. 하나님께서도 십자

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보시면서 우셨을 것임은 자명하다. 로마서 8장에 말씀

하는 대로, 성령 하나님도 우리 안에서 늘 신음하고 계신다.”

N.T. Wright. <하나님과 펜데믹>, 120쪽.

    
• 울림을 주는 글

그렇다면 펜데믹 시대에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작년에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었던 부산 샘터교회 안중덕 목사님의 글이 있습

니다.

    
<코로나 감염시대가 전해 주는 메시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은 '잠잠하라'는 뜻입니다.

'손을 자주 씻으라'는 것은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뜻입니다

'사람과 거리를 두라'는 것은 '자연을 가까이 하라'는 뜻입니다.

'대면예배를 하지 말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을 바라보라'는 뜻입니

다.

'집합을 하지 말라'는 것은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라'는 뜻입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SNS에 공유하셔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교회

창립기념주일인데요, 그 글을 토대로 코로나 시대 교회의 사명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 삶의 예배로

첫째, ‘성전예배를 하지 말라’는 것은 ‘삶의 예배를 회복하라’는 뜻으로 받습니

다.

코로나 1년 동안 참 많이 들었던 말이지요. 성전예배를 자제하라! 물론 성도

에게 성전과 예배는 포기할 수 없는 신앙의 기초입니다. 정해진 시간, 구별된

장소에 모여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공중예배(Corporate worship)를 통해, 고

단한 세상에서 지친 영혼들이 위로와 새 힘을 얻습니다. 51년 전 이곳에 교회

를 세우신 이유 중의 하나이지요.

그러나 한국교회가 모이는 예배 성전예배를 강조하다 보니 흩어지는 예배 삶

의 예배가 부실해 졌습니다. 모든 생활에서 온 몸으로 드리는 예배 말입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가정과 일터에서 드리는 예배, 말씀대로 행하는 삶의

예배(Life style worship) 말입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롬12:1). 하나님은 무소부재, 성전 뿐 아니라 어디에나 계

시지요. 그래서 주님은 예루살렘이든 사마리아이든,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씀하십니다(요4:24). 흩어져 삶의 자리에서 예배하는 성도,

흩어져 세상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주님 말씀하신 ‘지극히 작은 자’(마

25:40)들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는 일입니다.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

어올 때면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이다. 그러나 예배와 모임이 칼

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이다”. 아멘, 이

말씀이 옳습니다.

    
• 말은 줄이고

둘째,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은 ‘말을 줄이라’는 뜻으로 받습니다.

모두가 공감하지요. 우리가 말을 얼마나 함부로 하며 살았나요. 말로 인한 실

수와 상처들. 교회에서조차 말이 칼이 되어 서로를 아프게 했습니다. 험담,

욕, 비판, 거짓말, 수군수군, 남의 말, 부풀려서 말하고, 가짜뉴스에, 필요 없

는 말들. 그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고 관계가 멀어진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니 자연스레 말을 줄이게 되었습니다. 음식 먹을

때 외에는 잠잠해야 합니다. 탁구를 칠 때도 마스크를 하니 그 답답함이란. 하

나님께서 강제로 입을 막으시는 건 아닐까? 주님은 마지막 빌라도 법정에서조

차 잠잠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다시 아무 말씀으로도 대답하지 아니하시니 빌

라도가 놀랍게 여기더라”(막15:5). 골고다 언덕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실 때에

도 입을 다무시고 아버지 하나님만 바라보셨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말(馬)에게

하는 ‘재갈을 혀에 물리라’(약1:26), 온 몸을 ‘굴레(bridle) 씌우라’(약3:2)고 권

면합니다. 그러므로 마스크를 한 김에 입을 다무는 훈련을 하십시다. 좀 잠잠

해 보십시다. 내 입이 닫혀 말을 줄이면 귀가 열려 그의 말이 들립니다. 가족

의 말, 작은 자의 말, 아우성치는 말, 죽어가는 이웃의 말. 무엇보다 내가 잠

잠해지면 하나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그 소리가 안들리니 자기들만 좋다고 모

여서 집회를 하지요. 신천지 사랑제일교회 인터콥 IM, 코로나의 가해자들이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쓰라, 말을 줄이라, 세미한 음성들이 들으라.

    
• 마음을 깨끗이

셋째, ‘손을 자주 씻으라’는 것은 ‘마음을 닦으라’는 뜻으로 받습니다.

19세기말 조선에 콜레라가 창궐해서 수많은 백성들이 죽어갔습니다. 무지한

백성들은 ‘쥐 귀신’ 때문이라고 고양이 그림을 대문에 붙여 두기도 했다지요.

캐나다 의료선교사 에비슨(Avison, Oliver R.)을 중심으로 기독교 병원에서

권했던 한 마디가 콜레라를 이기는 기적을 일궈 냅니다. ‘손 씻으세요’. 손 씻

기 운동입니다. 콜레라는 쥐 귀신을 몰아내야 낫는 병이 아니라, 손을 씻고 물

을 끓여 먹으니 점점 사그라들었습니다. 백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 말이 다시

소환되었지요. ‘손 씻으세요’. 바이러스가 묻은 손을, 더러운 걸 만진 손을.

신앙적으로 본다면 손의 문제만이 아니지요. 사실은 마음이 더럽기 때문에 세

상이 오염된 것입니다. 코로나는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불러 온 인재(人災) 아

닌가! 손과 함께 더께처럼 때 묻은 마음을 닦아 거룩히 해야 합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가 하나님을 볼 것이라”(마5:8). 거룩한 마음에 하나님께서 오십니

다. 구약 에스겔서에는, 성전이 더러우니 하나님의 영이 떠나가셨지요. “너희

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

느냐”(고전3:16). 그렇게 주께서 거하심으로 거룩해진 교회, 거룩해진 성도를

통해 오염된 세상을 깨끗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손을 씻을 때마다 마음

과 영혼을 씻는 훈련을 할 일입니다.

    
• 멀리 할 것, 가까이 할 것

넷째, 사람과 거리를 두라는 것은 주님을 가까이하라는 말로 듣습니다.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을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가족조차도 두렵지요.

친밀했던 지인도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거리두

기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회가 이것을 어겨서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사람을 멀리하고 접촉을 차단해야 할 때입니다. 돌이

켜 보면 몸은 가까이 하면서 마음은 멀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요. 겉으로만 입

으로만 하던 사랑입니다. 또한 사람과 너무 가까워서 흥청이고 아파하는 인생

아니었나요? 사람은 가까이 하면 할수록 기대와 실망이 교차합니다. 좋은 이

웃이 되려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존중하는 것임을, 코로나가 가르쳐 줍니다.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멀리 있어도 마음은 더 가까워지는 법이지요. 칼

릴 지브란이 읊습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바람이 너희 사이

에서 춤추게 하라....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참

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그래서입니다. 코로나 시대, 멀리 할 것을 멀리하고 가까이 할 것을 가까이 하

는 일입니다. 죄와는 멀리합니다. 사람과도 거리를 조금 둡니다. 내 몸이 즐거

워하던 것들을 내려놓고, 대신 영적인 것을 가까이 하는 기회로 삼는 것입니

다. 교회에 오지 못하지만 오히려 말씀을 가까이 하고 기도의 자리를 찾는 일

이지요. 그래서 주님을 가까이 합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

라...”(시73:28). 요나는 하나님을 피해 멀리 도망갔습니다. “요나가 여호와의

얼굴을 피하려고 다시스로 도망하려 하여”(욘1:3). 결국 풍랑을 만나 큰 물고

기 뱃속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우리 또한 주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베드로처럼

주님을 가까이 따르지 못한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베드로가 멀찍이 따라

가니라”(눅22:54). 사람과의 거리는 멀리하고 주님과의 거리를 좁히라.

    
• 본질을 회복하라

다시 ad fontes. 교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합니다. 예배당에 모이는 예배가 교

회였다면 예배는 중단된 것이지요. 보이는 교회가 전부였다면 무너진 것이지

요. 행사와 모임이 교회였다면 교회는 끝난 것이지요. 그러나 새로이 깨닫게

되는 교회의 본질이 있습니다.

‘성전예배를 하지 말라’는 ‘삶의 예배를 회복하라’.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말을 줄이고 주님을 바라보라’.

‘손을 씻으라’는 ‘마음과 영혼을 닦으라’.

‘사람과 거리 두라’는 ‘주님을 가까이하라’.

이 ‘멈춤’의 시간이 오히려 본질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