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은총의 절기를 위해

 사순절입니다. 부활절 전 40여 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수난을 깊

이 묵상하며 거룩과 경건의 삶을 사는 절기이지요. 돌아보니 지나 온 사순절

에 우리는 여러 의미있는 일들을 했습니다. 작년에는 기도일기를 썼지요. 성

경 전체를 통독했던 적도 있었고, 사랑의 저금통을 모으고 십자가 목걸이 달

기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순절은 코로나로 인해 모여서 함께 하는

일들은 하지 못합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깊고 은혜로운 절기가 되기 위해

경건과 절제의 삶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교우들이 할 일들은 이렇습니다.

먼저는 ‘말씀’ 묵상과 ‘기도’에 정진하는 일입니다. 이미 연초에 말씀 운동을

시작한 바, <하루 한 장씩> 성서일과가 있지요. 매일 성경 한 장을 묵상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입니다. 또한 <성경통독>입니다. 성경을 일독하는 한 해가

되자 했지요. 하루에 서 너 장씩, 지금 신명기 말씀을 읽고 있습니다. 또한

<사순절 묵상집>을 나눠 드렸습니다. 사순절기 동안 하루에 한 쪽, 주님의 고

난과 십자가 말씀을 중심으로 묵상하고 기도하는 일입니다.

    
둘째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금식’합니다. 금식은 사순절에 교회가 해 온 아름

다운 전통이지요.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한 끼 이상씩 주의 고난을 기억하며

금식합니다. ‘미디어 금식’은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적절합니다. TV나 핸드

폰 사용을 줄이는 일이지요. ‘탄소금식’도 있습니다. 난방이나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일, 환경을 생각하여 물이나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등의 절제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나눠 드리는 <사랑의 저금통>으로 금식이나 절약한 것을 모아

서 부활주일에 봉헌합니다. 이 봉헌금은 전적으로 주변에 힘든 분들을 돕는데

사용합니다.

    
셋째, 하루에 한 가지 ‘선행’을 합니다. 기도와 금식은 수단일 뿐 그 완성은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입니다. 교회 안팎에 노약자들이 있습니다. 홀로 계

신 어르신들, 병약한 환자들, 코로나로 인해 형편이 어려운 성도들도 많습니

다. 오랫동안 관계가 소원해서 데면데면했던 분들도 있을 터입니다. 찾아뵙기

는 어려운 때이니, 전화해서 안부를 묻고 평안을 빌며 마음을 나누는 일입니

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무표정하게 대했던 이웃에게 밝게 인사해 주는 것

은 어떨까요? 나아가, 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물질로

마스크나 음식으로, 거리두기를 지키는 선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입니다.

    
넷째, 주일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이번 사순절 여섯 번의 주일 말씀 주제는

<버림과 채움의 영성>입니다. 버리고 채우는 훈련이라. 사도 바울을 태운 아

드라뭇데노 배가 유라굴로 광풍을 만났을 때 배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버

린 것처럼(행27장), 코로나 광풍을 만난 우리가 버릴 것은 무엇일까? 욕심을

버리고 감사를 채우라, 두려움을 버리고 평안을 채우라. 쾌락을 버리고 기쁨을

채우라, 원망을 버리고 감사를 채우라,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채우라. 불의를

버리고 공의를 채우라. 이렇듯, 버릴 것을 버릴 때 주께서 은혜로 채우시리라.

“버릴 것을 과감히 버려야 새로운 것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삶을 복잡하고

누추하고 부자유하게 만드는 것들을 자꾸만 덜어내야 합니다. 그것은 물건일

수도 있고, 감정의 찌꺼기일 수도 있고, 잘못된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과

작별해야 삶이 가벼워집니다.”
김기석, <버릴수록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들> 중에서.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의 은총이 깊이 새겨지는 사순절기가

되길 빕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