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로 올라가라!

• 설 명절

설 명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순이 다 되기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

설날은 말 그대로 설레는 날이었지요. 설빔을 입고 시골 큰댁에 가서 어른들

께 절을 하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 음식이며 먹을 것도 많았습니다. 아직도

그 부침개 기름 냄새며 가래떡에 윷놀이며. 명절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아이건

노인이건 까치건 신나는 설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이 세 번째이지요. 코로나19로 인해 명절이 즐겁지 않습니다. 거

리두기가 강화되어, 자녀들이 순번을 정해 부모님을 찾아 뵙는다 하고, ‘아그

들아 오면 불효란다 고향 오지 마라’는 현수막이 나붙기도 합니다. 나훈아의

‘테스형’에 ‘세상이 왜 그래’가 웃픈 현실을 그대로 노래합니다. 속히 이 기간

이 지나가서 마음껏 만나고 정과 마음을 나누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설은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절기이지요. 혹여 1월 1일 정신없이 새해

를 맞고 한 달을 보내 왔다면, 이제는 좀 차분히 한 해를 내다보며 마음을 다

져서 다시 힘차게 시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설 명절 인사를 어떻게 나눌까요. “꽃길만 걸으세요? 돈 세다 잠드소서? 호랑

이처럼 호기롭게 출발하세요?” 이렇게 평범하게 축복하고 싶습니다. “새해 새

은혜가 여러분과 가정에 내리시길 빕니다”

• 창세기 34장 읽기

헬라어에는 ‘새로움’(new)을 뜻하는 단어가 두 개 있으니, ‘네오스’(neos)와

‘카이노스’(kainos)입니다. 네오스는 겉으로 새로운 것을 의미합니다. 새해는

새로운 달력에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숫자적 시간적으로 새롭게 시작합니

다. 카이노스는 질적으로 새 것이라는 뜻입니다. 본질적으로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또 아주 딴사람이 된 경우를 말합니다. (고후5:17)‘새로운 피조물’

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은 성도들이 이전과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존재임을

말씀합니다. 새(neos) 포도주를 새(kainos) 부대에 담듯, 사도 바울이 부활하

신 예수님을 만나 인생이 새로워지듯, 우리도 새해 카이노스 새롭게 변화된

존재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내 있는 자리이지요. 옛 자리에 둥지 틀고 앉아 있으면서 새로운 존재

가 될 수는 없습니다. 창세기 야곱으로 하자면 세겜과 벧엘이 대조됩니다. 세

겜은 살기 좋은 땅입니다. 동쪽으로 요단강, 서로는 지중해를 끼고 있는 교통

의 요지입니다. 물이 풍부해서 거주하고 목축하기 좋은 땅입니다. 또한 평지이

고 성읍이어서 아이들 키우기도 적당합니다.

반면 벧엘은 정반대입니다. 300m 산지요 돌산입니다. 아이들에게도 가축에게

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났지요. 형에게 쫓겨

하란으로 가던 어느날 밤, 어느 산기슭에서 돌베게를 베고 눕지요. 돌베게 인

생입니다. 아무도 없고 의지할 것 없이 산에 버려진 돌베게. 그때 하나님을 만

납니다. 하나님은 그 돌베게 인생 야곱에게 찾아 오신 것입니다.

(창28:15)“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

지 아니하리라”

야곱이 잠에서 깨고는 돌베개로 기둥을 세우고 기름을 부어 거룩한 장소로 삼

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서원합니다. “여호와께서 함께 하시면 여기로 돌아와

살겠습니다. 십분의 일을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

• 벧엘로 올라가라

그후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복을 받지요. 아내가 4명, 아들이 11명 딸

디나, 수많은 가축들까지. 그때 하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창31:13)“나는 벧엘의 하나님이라 네가 거기서 기둥에 기름을 붓고 거기서

내게 서원하였으니 지금 일어나 이 곳을 떠나서 네 출생지로 돌아가라 하셨느

니라”

하나님께서 벧엘을 강조하십니다. “너 그때 기억하니? 20년전 나를 만났던 자

리, 그때 네게 했던 약속, 내게 했던 기도 서원. 기억하니?”

그런데 지금 야곱은 그 하나님을 잊어 버렸습니다. 야곱은 외삼촌에게서 벗어

났고 형 에서와도 괜찮아졌으니, 벧엘이 아니라 세겜에 머물고자 합니다. (창

33:19)‘밭까지 사서 장막을 쳤다’ 하니 잠시 머물고자 한 것이 아니라 아주 집

짓고 정착하고자 한 것입니다. 바로 전 숙곳에서는 “자기를 위하여 집을 짓

고”(33:17)라 합니다. 성경에는 빈말이 없습니다. 이 말을 굳이 삽입해 넣은

의도가 있습니다. 적어도 야곱은 벧엘의 하나님을 잊었습니다. 벧엘로 올라갈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아니 생각이 있었다 해도 너무 지체했습니다. 세겜에

서 벧엘까지 겨우 40km, 바삐 재촉하면 하루이틀이면 가는 길인데 여기 주저

앉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리고 세겜에서 10여년, 평안해 보였던 가정

에 비극이 찾아 옵니다. 딸 디나가 겁탈을 당하고 세겜과 전쟁을 치릅니다.

축복의 사람 야곱의 가정에 왜 이런 일이 왔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보이

는 문제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야곱은 세겜에서 10여년

동안 하나님을 붙들지 않고 살았습니다. 신앙의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영

적으로 안일하고 나태하여 감사와 순종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간절함이 사라

질 때,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서 하나님을 붙들지 않을 때 문제는 시작됩니다.

급할 때 하나님이시지요. 괜찮아지면 아쉬울 게 없습니다. 필요가 채워졌을 때

마음이 풀리게 되지요. 하나님 은혜나, 자신이 해왔던 다짐이나 약속을 잊게

됩니다.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입니다. 하나님은 야

곱에게 벧엘로 올라가라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라”(창35:1).

어떤 분들에게는 벧엘의 경험이 최근의 일일 수도 있겠지요. 어떤 분들에게는

10년 전, 20년 전, 혹은 야곱과 같이 30년 전의 일일 수도 있습니다. 내 삶이

힘들었던 날, 돌베게 인생이었던 그때, 하나님을 만났던 경험입니다. 주께서

찾아와 위로와 소망을 주시사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묻습니다. “벧엘의 하나님을 기억하고 있느냐? 지금 어디에 있

느냐? 혹 세겜에 있는 것 아니냐?”

세겜은 하나님과 멀어진 곳을 상징합니다. 하나님을 찾지 않는 곳입니다. 벧엘

은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이지요. 주께서 사시는 집입니다. 우리 인생은 가정은

세겜입니까? 벧엘입니까?

• 예수님 사시는 집?

어느 교회 목사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어느 가정이 심방을 받았습니다. 저녁에

남편이 돌아와 묻습니다.

남편: “오늘 목사님 심방 잘 했소?”

부인: “예, 근데 대답 못할 말을 묻습디다”

남편: “무슨 말을?”

부인: “여기 이 곳에 예수님이 사시느냐고요.”

남편: “그래, 뭐랬소?”

부인: “주저주저 했지요”.

남편: “몰라서 그러시누만. 우리가 30년 신앙이고 직분자라 하지”.

부인: “그 말이 아닌 거 같아서요.”

남편: “아니 그럼 예전에 봉사 많이 했다고 하지!”.

부인 “그 말이 아니라니까.”

남편, “그러면 주일에 예배당 가고 헌금도 한다 하지”

부인: “글쎄 나도 그 말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예수님이 여기 사시느냐니깐!”

여러분 가정에 주께서 사십니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집니다. 하나님과

멀어지면 사탄이 틈을 탑니다. 세상적인 것들이 파고 들어 옵니다. 비극과 불

행의 씨앗이 뿌려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어찌하든 하나님께 가까이 나가야 합니다. 그리할 때 세상유혹을 이

기고 믿음의 한 길을 걷습니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웠을 때 만났던 벧엘의 하

나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하나님을 붙잡아야 합니다. “벧엘로 올라가라” 예

수님 거하시는 집, 벧엘에서 주님과 동행하는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