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시대, 불편한 신앙

• 편리한 시대

바닷가에 가면 쉽게 보는 진풍경이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갈매기에게 새우깡

같은 과자를 던져 주는 일입니다. 그러면 갈매기들이 경쟁적으로 몰려들어 그

손의 과자를 물어갑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재미난 일이지요. 아이들도 신기

해 하지요.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라?”

그러나 그게 갈매기에게는 병들게 하는 것이라지요. 갈매기는 물고기를 먹어

야 하는데, 과자는 몸에 좋지 않습니다. 잘 소화시키지 못해요. 무엇보다 생존

본능을 잃어버립니다. 새우깡에 길들여진 갈매기는 차디찬 겨울 바다로 먹이

사냥을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겨울이 되면 나오는 뉴스가 있어요. 영국 유명한 해변가에 갈

매기들이 떼로 죽어 있다는 것입니다. 관광객들이 주는 과자 사탕 과일 등 맛

있는 것들을 받아 먹다가 겨울에 관광객이 끊어지면 굶어 죽습니다. 정말 먹

을 것이 없어서? 그렇지 않지요. 저들 곁의 바닷속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온갖

좋은 먹이들로 가득합니다. 그것들을 놔두고 해변가에서 신음하다 굶어 죽어

갑니다. 왜요? 편안해져서입니다.

실로 편안한 시대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핸드폰이지요. 모든 정보를 얻습니다.

여기가 아이들 놀이터에요. 구슬치기 딱지치기 칼싸움(?), 한 세대 전 어릴 때

놀이들이었지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입니다. 지금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

며 놉니다. 주문거래 은행주식 여행맛집 사진영상 문자선물 게임공부까지, 핸

드폰 하나면 됩니다. 지갑에 빳빳한 돈을 쟁여 놓고 다녔었지요. 얼마전 교회

학교 아이들이 세배하러 왔어요. 세뱃돈을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왔어요.

만원짜리가 부족한데 찾아도 없어요. 이젠 지갑에 종이돈 쟁여 놓던 시대가

아니에요.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됩니다. 지난 주간에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다

갖다 버렸습니다. 핸드폰에 앱으로 저장했거든요.

과학의 최고 역량이 사람을 편하게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기업

들 내놓는 상품의 핵심은, ‘어떻게든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을 편하게 할까, 손

가락 하나면 해결되게 할까’입니다. 왜요? 그게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돈과

편리함, 이 시대 사람들이 추구하는 종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이

편안해 졌지만 인생도 행복해졌는가? 세상은 더 잘 살게 되었지만 인생에 정

말 평안함이 있는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패륜에 정신병에 우울증에 외로

움에 불륜에 자살에. 근심과 두려움은 더해졌습니다.

문제는 교회, 우리들 신앙이지요. 교회도 편리함을 추구한다면? 신앙도 편안함

을 쫓아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십자가는 불편한 것인데,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은? 서로 사랑하라 손내밀라 발을 씻기라, 주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불편

한 일인데? 편리한 시대, 불편한 신앙이 되어 하나님을 멀리할까 두려운 것입

니다.

• 평안과 편안

그래서입니다. 이 시대, 성도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이단 사이비가 아닙

니다. 편안함입니다. 세상이 주는 편안함이 아니라 주님 주시는 평안을 놓쳐서

는 안됩니다. 글자가 비슷하다고 착각하면 안돼요. 세상이 주는 ‘편안’이 참

‘평안’이라? 몸이 편안해 졌다고 내 영혼이 평안할 것이라?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편안함도 필요합니다. 우리 잘 살아야지요. 아이들에게 ‘불편한 가난’을

물려 줘선 안됩니다. 겨울이면 똥이 고드름이 되어 엉덩이에 닿았던 변소, 한

여름이면 똥물이 튀어 엉덩이를 이리저리 피해야 했던 변소, 우리 자손들에게

다신 물려 줘선 안됩니다.

그러나 편안함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편안함만 추구하면 쉽게 유혹에

넘어집니다. 거짓된 것이 참된 것을 잡아 먹어요. 편안이 평안을 도적질해 갑

니다. 인생의 궁극적인 문제, 근심과 두려움을 이기는 길은, ‘샬롬’ 주님이 주

시는 평안에 있습니다. 세상의 평안은 오래가지 못해요. 호수에 비친 달그림자

가 조그만 돌멩이 하나로 깨져 버리듯 불안정합니다. 내가 투자한 주식이 요

동칠 수 있습니다. 내 MRI 사진을 보는 의사의 얼굴이 어두워 질 수 있습니

다. 그리하면 편안함은 금방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근심과 두려움이 찾아 옵

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 주님 주시는 샬롬이 있으면 근심과 두려움이 흔들

지 못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참 평안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지요.

(요14:27)“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

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 성경의 평안

주님이 주시는 이 평안과 기쁨은 몸의 즐거움과 편안함에 따라 좌우되는 평안

이 아닙니다. 몸이 편해서, 세상적으로 좋은 소식이 있어서 얻는 평안이 아닙

니다. 위로 아버지 하나님과의 관계가 온전한 가운데 오는 평안입니다. 어떤

순간에도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분명한 믿음 가운데 오는 평안입니

다. 죽어도 다시 사는 천국의 소망이 분명하기 때문에 오는 평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합격했을 때, 주식이 올랐을 때, 1등 해 왔을 때 긴장

합니다. 그게 하나님 보다 우선될까 봐, 세상이 주는 편안함이 내 영혼의 평안

함을 앗아가지 않을까, 풍요함은 하나님을 필요치 않게 하니 하나님을 잊지는

않을까?

성경에 보면 편리할 때가 아니라 불편할 때 하나님 은혜가 더했습니다. 창세

기에 노아의 방주, 그 방주 안에서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러나 거기에 구원이

임했습니다. 출애굽기에서 애굽의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얼마나 불편했을까요?

그러나 거기서 아우성치며 부르짖을 때 은총이 임했습니다.

요즘 성경통독 진도는 민수기이지요. 광야의 책. 수르광야 신광야 시내광야 바

란광야. 광야의 특징은 불편함이지요. 먹을 것이 없어서 마실 것이 없어서 누

울 집이 없어서. 그래서 이스라엘은 불평도 많이 했어요. “왜 광야로 내모시

나? 택한 백성은 왜 되어 가지고 이 고생을 하는가?”.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

피 광야 40년은 이스라엘 전체 역사 가운데 가장 큰 은혜의 기간이었습니다.

성막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불기둥구름기둥, 만나메추라기, 반석에서 샘물나

고, 마라에서 엘림으로, 아말렉 전쟁에서 승리하고, 불뱀에 물려 죽어가도 놋

뱀을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그 때를 회상하며 초막절을 지킵니다. 일 주일여 동안 편

안한 집을 떠나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만든 텐트에서 불편한 생활하는 것이지

요. 어른들로부터 어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광야로 내모는 것입니

다. “우리가 기쁨으로 불편해지리라, 그 불편함을 통해 그때 주신 하나님 은혜

를 기억하고 그 은혜로 살아가리라”.

• 기쁘게 하는 불편

편리한 시대, 신앙조차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 우리 너무 편리하고 편안한

것에 안주해선 안 됩니다. 가장 좋은 신앙은 불편한 것을 기쁘게 하는 것입니

다. 예배하기 불편한 시대, 기쁘게 예배 드리는 일입니다. 기도가 불편한 시

대, 마스크 때문에 찬송이 불편한 시대, 새벽이 불편한 이 시대, 그러나 기쁘

게 하나님 찬양하고 말씀을 펴고 새벽이슬을 가르는 일입니다. 그리할 때 주

께서 가장 깊은 은혜를 주실 줄 믿습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