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인생들에게

• 돼지꿈? 소꿈!

가끔 도망치는 꿈을 꿀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부모님이 말씀하셨지요. 키 크

려고 그런다고. 뭔가에 쫓겨서 도망치는데 다리는 왜 그리 안 떨어는지요. 가

위눌린 듯 끙끙대다 꿈을 깹니다. 어릴 때 고삐 풀린 큰 황소가 날뛰다 달려

들어서 놀란 적이 있었어요. 그 후로 오랫동안 황소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습

니다. 돼지꿈도 아니고 소꿈이라니! 장례식에서 죽은 시신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땐 다 집에서 장례를 치렀잖아요. 병풍 뒤에 시신을 놓았는데 어찌하다가

어린 제가 본 것입니다. 얼마나 놀랐는지요. 그 뒤로 한참 동안 그 분(?)이 일

어나서 쫓아오고 나는 도망치는 꿈을 꾸었습니다. <전설의 고향>이다(?)

문제는 꿈속에서 뿐만이 아니에요. 때론 삶이 나를 쫓아와서 도망칠 때가 있

습니다. 그 일이 고달파서, 힘들게 하는 사람 때문에, 내 실수와 실패가 부끄

러워서, 한없이 도망치고 싶었을 때가 있지요. 대통령 선거 이후 뉴스를 끊고

안드로메다 별로 도망가고 싶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무엇보다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쫓기며 도망 다니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그럴 때 있으십니까?

이런 책이 있어요.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현대인은 도망치고 싶은 여

섯 가지 경우가 있다는군요. 1)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2)인간관계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3)책임으로부터, 4)결정으로부터, 5)거절할 수 없는 상황으

로부터, 6)그리고 걱정과 두려움으로부터. 이렇게 삶의 현실에서 얼마나 도망

치고 싶은 때가 많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 도망치는 인간

성경의 인간도 도망하는 존재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나님은 부르시고 인

간은 도망가고. 어떤 경우들에 도망갔을까요?

첫째, 죄가 들어 오자 도망쳤습니다.

에덴에서 아담과 하와, 하나님으로부터 도망해서 나무 뒤에 숨었습니다. 이어

서 동생 아벨을 죽인 가인이 도망쳤습니다. 형 에서를 속인 야곱이 도망쳤고,

사람을 죽인 모세는 미디안 광야로 도망쳤습니다. 탕자가 아버지 집에서 도망

쳤고 오네시모 또한 도망친 존재이지요. 여러분 혹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지 않으십니까? 오늘도 하나님은 “네가 어디 있느냐” 찾으십니다. 돌아와야

합니다.

둘째,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도망쳤습니다.

요나가 그랬지요. 내 뜻은 니느웨가 망하는 것인데 하나님은 반대이십니다. 거

기 가축들까지 사랑하십니다. 요나가 그게 싫어서 다시스로 도망칩니다. 그런

데 하나님 뜻이 언제나 옳습니다. 내 뜻을 내려놔야 합니다. 내 뜻대로 계속

가면 망합니다. 요나가 고래 뱃속에서 회개하지요. 하나님께 돌아갑니다. 여러

분 세상사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나님에게서 멀리 가고 계십니까? ‘뜻

밖에’라는 말이 있어요. 다윗이 아둘람 동굴에서 ‘뜻밖에’ 하나님을 만납니다.

내 뜻밖에 치밀하고 분명하신 하나님의 뜻이 있습니다. 뜻밖의 길, 뜻밖의 선

물, 뜻밖의 역사. 이것을 기대하며 하나님께 돌아가야 합니다.

셋째, 이해되지 않는 현실 때문에 도망칩니다.

십자가 앞에서 제자들이 도망쳤습니다. “십자가라니, 왕이 되셔야 하는데?”

“이 현실이 왜 생겨, 하나님이 살아 계셔?” 그러나 하나님은 계획이 있으십니

다. 하나님의 섭리, 하나님의 타이밍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십니

다. 정확하신 분입니다. 사순절 보내고 있는데요, 십자가를 거쳐야 우리에게

구원과 영생의 길이 활짝 열립니다. 구덩이에 처박히고 애굽에 팔려 가야 요

셉이 끝내는 애굽과 이스라엘을 구해낼 수 있습니다.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창45:8). 지금은 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지

만, 하나님을 믿고 내 삶을 맡길 때 조금씩 안개가 걷히고 은총의 빛이 비취

게 될 것입니다.

넷째, 사는 게 너무나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습니다.

베들레헴에 흉년이 들자 룻이 온 가족과 함께 모압으로 이주했습니다. 도망친

것이지요. 거기서 남편 잃고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지요. 베들레헴으로 돌아오

자 길이 열렸습니다. 갈멜산의 영웅 엘리야가 죽이려 달려드는 이세벨로 인해

호렙산으로 도망칩니다. 로뎀나무 아래에서 죽기를 간구하지요. 영적으로 침체

된 것입니다. 도망자의 대표가 하갈이에요. 하갈 이름이 ‘도망간다’라는 뜻입

니다. 주인마님 사라의 학대로 어린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광야로 도망칩니다.

물이 없는 광야에서 죽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소리 내어 우니”, 거기서 아이

와 함께 통곡하며 기도하자 하나님께서 응답하십니다. “하갈아 무슨 일이냐...

아이의 소리를 들으셨나니”(창21:17). 도망친 그곳이 하나님을 만난 자리가 되

었고 아이와 함께 살았습니다. 여러분 삶이 너무나 힘들어 도망치고 계십니

까? 그곳에서 오히려 하나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위로와 힘을 얻

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