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에 대하여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이 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영화로도 나왔

지요. 이나영 강동원 주연의, 사람을 죽인다는 것 사람을 사랑하는 것, 용서한

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윤수라는 사형수입니다. 그는 한 사건에서 자그마치 3명의 생명을

죽였습니다. 그 피해자 중에 한 사람이 파출부 아줌마입니다. 어느 날 그 아줌

마의 노모가 윤수를 용서하고 싶다고 감옥을 찾아 갑니다. 윤수를 돕고 있던

수녀는 말렸지만, 여조카와 함께 백설기 떡까지 만들어 갑니다. 할머니는 진정

으로 그를 용서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떨리는 손으로 떡 한 조각을 떼

어 들고 윤수 쪽을 돌아보다가 무너지듯 그만 의자에 주저앉습니다.

“왜 그랬니? 왜 그랬어? 왜 죽여야 했니? 이놈아, 이 나쁜 놈아. 이 천하에

죽일 놈아!...왜 그랬니? 돈만 빼앗고 사람은 놔두지,...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153쪽)

살인자 윤수가 웁니다. 할머니가 자신의 눈물로 적셔진 손수건을 들어 윤수의

얼굴의 땀아 닦아 주려고 하자 윤수는 비명을 지릅니다. 노파는 잠시 눈을 감

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미안하다. 용서하려고 왔는데 수녀님이 아직은 안 된다구 했는데도, 내가 고

집을 피워서 왔는데, 미안하다. 아직은 다는 못하겠다. 얘야, 미안하다. 널 보

니까 우리 애가 자꾸 떠오르고 네가 미워지려고 한다. 오기 전에 그러지 말자

고 밤새워 한잠 못 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날 위해서 기도해주겠니? 내가

또 오마. 진짜로 널 용서할 때까지 오마. 그때까지 죽지 말고.” (154쪽)

딸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해 보려고 몸부림치는 할머니, 누군가를 용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저자는 유정의 독백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대체 어쩌자고 이 할머니는, 그녀의 말대로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신앙심도 없는 이 할머니는 그를 요서해 보려고 했을까. 수많은 책들이 출판

되어 용서하라, 용서하라 해도, 성서 이래 수많은 신학자들이 목에 핏대를 올

리며 외쳐도 인간이 아직도 넘어서지 못하는 그 일을 이 할머니는 대체 무슨

무모함으로 도전하려 했던 것일까. 그것은 어떤 위대한 단순함이었을까?”(157

쪽)

어떠십니까? 우리 용서하고 사시나요. 잘 못하지요. 용서했다 하지만 그저 쌓

아놓고 살 뿐입니다. 구약 히브리어에 ‘용서하다’는 뜻을 지니는 단어 중에 많

은 경우, 주어가 하나님 입니다. 오직 하나님만 용서하신다는 뜻입니다. 우리

가 참으로 용서하려면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어야 하리라.

그래서 서양 격언에, “사람은 죄짓고 하나님은 용서하신다” 고 합니다. 사람이

하나님을 제일 많이 닮을 때는 용서할 때이고, 마귀를 제일 많이 닮을 때는

미워할 때라고도 합니다. 천국에서 구원받은 성도들이 주고받는 언어는 용서

받고 용서한 용서의 언어인데, 그 용서의 언어는 천국에 가서는 배울 수 없고

이 세상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용서를 하고 용서 받

지 못한 사람은 천국에 가서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 용서받기의 어려움

그런데 용서 하는 것도 어렵지만 용서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내가 적극적

으로 죄와 허물을 용서 받으려고 용서를 구한 적이 있는지요.

1992년,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경직 목사님께서 종교분야의 노벨상이라는 <템

블턴>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때 연세가 90세였는데요, 당시 상을 수상하기

위해 단에 오른 목사님은 이러한 충격적인 고백을 합니다.

“저는 신사참배를 했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평생 교계의 존경과 신망의 대상이었던 목사님이 예상 밖의 고백을 하자 장내

는 순간 숙연해졌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잠시 후 식장의 모든 참석자들은 일

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묻어 버리고 싶은 과거의 실수를 밝히는

노(老) 목사의 용기에 대한 격려였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가책으로 살아

오셨을까요. 당시 한경직 목사님의 그 고백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큰 감동

을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용서하기도 어렵지만, 이렇게 용서를 구해서 용서받는 것도 어렵

습니다. 그러나 서로 용서를 주고받을 때 그곳에 천국이 이루어집니다.

• 용서, 기독교의 시작과 끝

기독교는 용서로 시작해서 용서로 마쳐지는 종교입니다. 누구나 다 교회에 처

음 찾아 나오기 시작하면 하나님의 용서를 체험함으로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이 땅에 생이 마감되고 천국문이 열려질 때, 용서의 문을 통하여 천국에 들어

가게 될 것이고, 심판대 앞에서 우리는 또 다른 용서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 날 천국문 앞에서 주님이 물으실 것입니다.

“너는 용서받았느냐? 그리고 모두를 용서하고 여기 왔느냐?”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

옵시고...” (마6:12)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