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소, 내 삶의 갈릴리

• 허무한 인생

사순절 긴 터널을 지나 부활의 아침을 맞았습니다. 2천 년 전 오늘 사망 권세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을 찬미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첫 말씀처럼 그리스

도의 평강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사순절을 다 보냈지요. 사순절은 한 마디로, 십자가의 절기입니다. 하

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예수님을 통해 나타났으니 곧 우리 죄를 대속해 십자가

에 죽으신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의 핵심이요 우리 신앙의 뿌리이지요. 십자가

가 은혜의 샘천이요 교회의 기초입니다.

그런데 십자가가 아무리 위대해도 그것으로 끝났다면 큰 성인의 죽음일 뿐입

니다. 그의 죽음은 고귀하되 인류의 궁극적인 문제인 죽음과 영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십자가는 죽음이요 무덤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정치도 문제고 경제도 문제이지만, 인류 최고의 문제는 변함없이 죽음입

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가는 인생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꼼짝을 못합니다.

가난을 비켜 가는 사람은 있어도 죽음은 비켜 가지 못합니다. 실패나 상처, 고

난은 이겨낼 수 있어도 죽음은 이겨낼 수 없습니다. 실로 죽음이 왕노릇하는

세상입니다. 죽음 앞에 모든 것이 허무해집니다. 전도서의 고백이지요. ‘헛되

다’.

(고전15:19)“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다만 이 세상의 삶뿐

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이리라”

• 무덤가에서

그래서 사람들은 허무함을 이기려고 애를 씁니다. 먹고 즐기는 것으로, 술이나

쾌락으로, 사람을 찾고 사랑을 하고. 그런데 아무리 최고급 호텔에서 잠을 자

고 지중해산 바다가재를 먹는다 해도 매일 먹어 보십시오. 만족이 없습니다.

“아, 목사님 안 먹어봐서 모르신다? 매일 먹어도 맛있다?”

안 먹어봐도 알아요. 벚꽃을 보니 알겠던데요.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요.

벚꽃 구경 다녀오셨습니까? 그래도 목사인지라 고난주간 끝나면 가야지 했는

데, 벌써 다 졌어요. 해마다 그래요. 벚꽃은 꼭 고난주간에 펴요. 며칠간입니

다. 그래서 아쉽지만 그것이 인생입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벧전1:24)

집니다. 꽃이 지는 인생, 허무합니다. 이 허무와 갈증을 어떻게 해갈할 수 있

을까? 어디에 죽음을 이기는 생명의 길이 있을까요.

길이 없기에 그날 무덤가를 찾은 세 여인들처럼 탄식합니다.

(막16:3)“서로 말하되 누가 우리를 위하여 무덤 문에서 돌을 굴려 주리요”

무덤 앞에 돌이 있어요. 그것도 ‘그 돌이 심히 크더라’(4절). 죽음은 사람이 움

직일 수 없는 큰 돌이 영원한 생명으로 가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마치 장

례식장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갈라지는 선이 있지요. 산 자는 거기까지입니

다. 죽음의 돌이 막고 있는 형태이지요. “누가 돌을 굴려 주리오”.

오늘까지 그 탄식은 이어지고 있지요. 인생들이 아우성칩니다.

“누가 저 죽음의 돌을 굴려서 생명으로 나오게 할까?”

인생의 절망과 낙심에 빠질 때마다 탄식합니다.

“나를 가로막고 있는 이 큰 돌을 누가 굴려 주리오”

• 돌문을 여신 주님

그래서입니다. 이 말씀에 희망이 있습니다.

“눈을 들어본즉 벌써 돌이 굴려져 있는데”(막16:4).

주께서 죽음의 돌, 절망의 돌, 죄짐의 돌을 굴리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나를 무덤에 가두어 막고 있던 돌문을 활짝 여셨습니다. 그 주

님을 믿는 자마다, 그 주님과 함께 살다가 그 주님과 함께 죽는 자마다, 멸망

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그러므로 기독교는 십자가의 종교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부활의 종

교입니다. 십자가는 부활로 완성됩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

고 끝나신 분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신 분입니다.

(요5:24)“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

• 갈릴리로 가라

갈릴리로 가라. “여기 이 무덤가에 머물지 말라”. 왜요? 이곳은 죽음의 자리,

두려움과 절망의 자리입니다. 세상이 말하지요. 여기가 끝이라고. 그러나 “속

지 말라. 희망을 가지라. 주께서 부활하심처럼 너도 부활하리니 오늘 갈릴리로

가라”.

갈릴리는 어떤 곳이에요? 제자들 삶의 현장이지요. 주님은 거기에서 말씀하시

고 능력을 나타내셨습니다. 제자들을 부르시고 함께 울고 웃으며 사랑을 나누

시던 곳, 목자없는 양같이 유리방황하는 무리들을 만나시사 위로하시고 고치

시며 회복시켜 주신 곳, 천국 복음을 전파하신 곳입니다.

그곳이 오늘 부활의 은총이 임해야 하는 성소(聖召)입니다. 만약 죽어서 가는

천국, 죽음 이후의 부활만 중요했다면, 주님은 갈릴리를 말씀하시지 않았을 것

입니다. 내 삶의 자리, 봉산동, 여기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야 할 오늘의 갈

릴리입니다.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의 저자 유진 피터슨은 <일상, 부활을 살다>에서 식사

를 강조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나타나신 곳 가운데 두 곳이 중요한데, (눅24

장)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그리고 (요21장)입니다. 두 곳 모두 식사를 강조합

니다. 엠마오 가던 제자들이 식사하던 중에 그분이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발견

합니다. 오늘 본문 (요21장)에서도 디베랴 바닷가에서 아침 식사하던 중에 부

활의 주님을 만납니다. 음식을 먹는 것보다 더 일상적인 일이 어디 있어요?

그 구체적인 일상에서 부활을 경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오늘의 성소(聖召), 내 삶의 갈릴리

지난 고난주간에 엔도 슈샤쿠의 <침묵> 책을 다시 사서 읽었습니다. 십자가

주님을 향한 믿음과 고통받는 형제에 대한 사랑, 그 속에서 갈등하는 S. 로드

리고 신부의 애타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자의 묘비에는 이렇게 써 있다더군

요. “인간은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는 너무도 푸르릅니다”.

‘갈릴리에서 만나자’는 그런 주님의 마음이 아닐까? 갈릴리 바다를 바라보며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신 예수님 심정입니다. 그렇게 눈물로 살아가는 갈릴리

에 희망을 주시기 위함입니다. 비록 도망한 제자들이지만 그때 함께 나누었던

처음 사랑을 회복시켜 주시고자 함입니다.

오늘의 갈릴리, 바로 이 곳이지요. ‘세상은 이토록 슬픈데...’ 슬프고 힘겨운

인생들이 사는 곳입니다. 푸르른 바다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인생들이 사는 곳입니다. 주님 사랑이 식어 사

명까지 잃어버린 성도들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뜨겁게 은혜받은 곳,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분명히 하던 곳, 바로 이곳이지요. 부활하신 주님은 오늘의 이

갈릴리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원하십니다.

여러분 가정의 식탁이 부활의 주님을 만나는 성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죽음의

세상이지만, 여러분이 일하는 일터에서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봄기운에 온 땅의 꽃과 나무들이 살아나듯, 부활의 성도들 가는 곳마다 생명

의 기운이 가득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절망한 이들, 죽어가는 이들이 다시 일

어서는 것입니다. 죽음도 이기신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시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이길 수 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