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인생, 격려하시는 하나님

• 수능을 마치고

지난 주간 수능이 끝났습니다. 수험생이 있는 집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겠지요.

킬러 문항 없앤다 했는데도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교회에도 몇몇 아이들이 시

험을 보았는데요, 아마도 끝나고 첫 마디가 ‘엄마 망했어(?)’ 아니었을까. 저희

집 영민이가 그랬습니다. 이제 정시까지 잘 지원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

는 마음입니다.

이때가 되면 안타까운 뉴스가 있지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입니다. 이

번에도 그런 기사가 눈에 밟힙니다. 오죽했을랴? 주로 공부 좀 하는 애들이에

요. 성적에 기대에,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좌절한 것입니다. 부모 마음은 또

어떠할까요?

그런 생각을 해요. 인생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이 시대를 보시며 가장 마

음 아프실 때가 언제일까? “경제가 어려워서? 교도소에 죄수들이 넘쳐서? 좋

은 대학을 못 가서?”

아니요.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가 좌절할 때! 부모 마음이지요. 좌절은 낙심하

고 절망에 이르게 해서 인생을 망가뜨립니다. 하나님 주신 고귀한 인생을 포

기합니다. 캄캄한 방구석에 쭈그리고는 “나는 안된다고, 내 인생은 왜 이러냐

고, 이제 끝이라고.”

• 좌절이 찾아올 때

특히 하나님 자녀인 성도의 좌절은 믿음과 연관됩니다. “아버지 하나님이 살

아 계시다, 지금 나와 함께 하신다. 실패에서 회복하게 하신다.” 이걸 분명히

믿는다면 좌절하지 않겠지요. 그 믿음이 부족하기에 좌절하고 낙심합니다. 그

런 자녀를 보는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 가장 아프지 않으실까?

세상에 제일 무서운 병은 암도 에이즈도 아닙니다. ‘좌절’병입니다. 환자가 좌

절하면 아무리 좋은 치료를 해도 소용없다지요. 성도 또한 좌절할 때가 있습

니다. 기도 열심히 했는데 응답이 오지 않을 때. 믿음으로 살았는데 힘든 일들

이 생길 때. 실수와 실패,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때.

“이 바보. (이 ㅂㅅ). 넌 할 수 없어. 포기할래.”

마귀는 우리에게 무력감을 집어넣습니다. 좌절하고 포기하게 합니다.

그때가 중요하지요. 좌절하게 되는 때, 그때의 믿음입니다. 그때 주님 바라볼

수 있다면, 그때 기도의 줄을 여전히 붙잡을 수 있다면. 주께서 나를 아십니

다. ♬“내 이름 아시죠 내 모든 생각도. 내 흐르는 눈물 그가 닦아 주셨죠.”

“주님과 같이 내 마음 만지는 분은 없네.” 오늘도 보이지 않지만 나와 함께

하시고 위로 격려하시는 주님이 계십니다. 그 좌절의 순간에 주님이 내 곁에

계심을 믿는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나 그 벽을 넘어 설 수 있습니다.

• 격려의 하나님

우리는 다 부모가 필요합니다. “아 난 60이 되었는데(?)”. 아니요. 휑한 들녘

을 볼 때마다 스며드는 인생의 무상함이 있다면, 12월 한 장 남은 달력을 보

면 빈 마음이 찾아 온다면. 그걸 내 힘으로 이길 수 있다? 스스로 위로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아니요. 우린 영적으로 하나님 앞에서는 갓난쟁이

들입니다. 이 땅에 몸을 갖고 사는 한, 영적으로 엄마의 따스한 위로가 필요합

니다. 아버지의 든든한 격려가 필요합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경험하지요. 이번 수능에도 경험합니다. 육신의 부모는 시험

장 교문까지밖에 못가요. 문제는 시험장 안이지요. 나를 좌절케 하고 무너뜨리

는 시험 문제 앞에서, 거기에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때의 믿음입니

다. 자녀들 시험장 들어갈 때 반드시 기도하며 말해 줘야 합니다. “엄마는 같

이 못 가도 예수님이 거기 계신다. 그걸 믿고 의지하며 힘을 내라”. 떨리는 시

험장에서 나와 함께 하시는 아버지 하나님,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겪으사 지

금도 나를 응원 격려하시는 예수님을 느껴야 합니다. 그 이름을 읊조리며 임

마누엘 함께 하심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응원을 듣고 느낄 수만 있다면 삶의 대부분 문제는 어렵지

않게 풀릴 것이다. 우리 삶의 모든 원리를 만드신 분이 제시하시는 해결책이

요 응원이요 위로이기 때문이다.”

오대식, <하나님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중에서

좌절할 일 앞에서 성도는 반드시 이 믿음 가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믿음이 소용없겠지요. 언제 쓸 믿음인데요? 장롱면허라 해요. 그냥 면허증만

있어요. 차를 몰질 못해요. 중요한 순간에 힘을 쓰지 못해요. “내 신앙이 장롱

면허 아닌가?”

• 격려의 공동체

요즘 교회를 빙빙 돌면서 지난 시간들 돌아봅니다. 이제 영락교회 온 지 20년

을 꽉 채웁니다. 2003년 12월에 왔으니, 세월이 그렇게 갔습니다. 배 속에 있

던 현식이 영민이가 어느새 대학을 가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 아저씨가 됩니

다. 20년 동안 순풍일 때도 있었습니다. 힘들고 어두웠던 시절도 있었어요. 한

겨울 칼바람에 두 팔 벌리고 서서 “주님 여기까지입니까?” 하던 때도 있었습

니다. 어떻게 이겨내서 왔을까?

그 좌절의 순간에 주께서 계셨습니다. 낙심해서 로뎀나무 아래 죽기를 간청했

던 엘리야를 위로하셨던 하나님, 십자가 앞에서 부인하고 도망했던 베드로에

게 아침 조반을 차려 주신 디베랴 바닷가 예수님. 그 주님께서 위로 응원 격

려하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김장을 다 끝냈어요. 주방에 갔더니 수고의 손길들이 많습니다. 옆에

부목사님이 그런 말씀 해요. “영락교회 와서 김치를 두 배로 먹습니다”. 맛있

다는 거예요. 가만 생각했어요. “그래 맞다 우리 교회 김치가 맛있다”.

그런데 왜일까? 배추가 좋아서, 양념을 잘 만들어서. 예 그것도 맞습니다. 그

러나 3년 5년 혹은 10년 20년, 한 교회를 섬기며 서로 격려하며 기도하며, 기

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며 여기까지 늙어 온 성도들, 그 손으로 만든 김치

이기 때문에 맛있는 것 아닐까. 그런 성도들의 찬양이고 그런 성도들과 함께

드리는 이 예배이기에 은혜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곳, 교회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