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같은 성도

2023년 12월 첫 주일, 마침내 한 해 마지막 달력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두

툼했던 12장 달력이 한 장만 남아서인지 건들건들합니다. 사실 12월은 고생한

녀석이지요. 1년 내내 맨 뒤에서 답답하게 기다렸습니다. 겨우 세상에 나왔더

니 혼자예요. 친구들 군대 송별회 다 해 주고 정작 자기는 혼자 훈련소에 들

어가는 착한 놈처럼. 그것도 명년 새 달력으로 일찍 교체되면 변변히 걸려 보

지도 못하고 버려집니다.

그런데 12월이 있어야 1월이 오지요. 허전하다 춥다 바쁘다, 대충 12월을 흥

청이면 희망찬 1월을 맞을 수 없습니다. 쉽게 새 달력으로 바꿀 수 없는 이유

이지요. 고맙고 미안하고 또 중요해서.

교회에도 이 12월을 닮은 성도, 일꾼들이 있습니다. 한 해 동안 궂은일 모진

바람에 묵묵히 함께했습니다. 갈수록 교회는 구겨지고 낡아져도 끝까지 그 자

리를 지켰습니다. 예배의 자리, 기도와 봉사의 자리. “교회도 인생도 12월 같

은 사람이 있어야 희망찬 1월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성탄 절기가 참 귀해요. 아니 이때 성탄이 위치한 것이 절묘합니다.

추운 겨울이지요. 없는 이들에게 힘든 계절입니다. 그것도 한 해를 보내는 마

지막 달 마지막 주간입니다. 세월의 허망함을 느끼는 때이잖아요. 그때 12월

성탄입니다. ‘주님과 함께’, 2천 년 전에 이 땅에 오신 주님, 오늘도 성탄으로

다시 오시는 주님과 함께, 추운 12월 한 해의 마지막을 힘차게 건너가는 일입

니다.

만약 12월에 성탄이 없다면, 찬 바람 부는 12월을 어떻게 견뎠을까요, 허망하

고 쓸쓸한 연말을 무엇으로 채웠을까요. 한 해를 잘 마무리하지도 새해를 희

망차게 맞이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1년 12달 성탄이 없다면 어땠을까요? 주께서 이 땅에 오시지

않았다면? 십자가도 부활도 없었을 것입니다. 구원도 영생도 모릅니다. 죽어도

다시 사는 천국의 소망도 없습니다. 여전히 서낭당에서 빌고 산신령 의지하며

점에 보살에 무당굿에 처녀 귀신 도깨비 등 사탄의 종노릇 하는 인생을 살았

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죽음 앞에서 저승사자 온다고 벌벌 떨며, 인생 허무하

다고 술에 제사에, 죽어서 먹지도 못하는 제삿밥 차려 놓고 절하며 살았을 것

입니다.

그래서 성탄, 주께서 이 땅에 오심이 감사입니다. ‘가장 큰 선물이라’. The

greatest gift.

(엡2:8)“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12월을 닮은 이들에게 주시는 가장 큰 선물, 성탄의 은총을 빕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