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게 세금내는 교회

 
• 교회도 세금 낸다?

얼마 전, 교회에 생뚱맞은 세금 용지가 날라 왔습니다. 백만 원 정도 되는 세

금을 내라는 독촉장이었습니다. 연유인즉, 3년 전에 사택을 팔 때 발생한 이

익금에 대한 세금이었습니다. 당시 동신아파트를 사기 위해 삼익아파트 사택

을 팔았는데요, 10여 년 전 5천만 원에 샀던 삼익아파트를 6천여만 원에 팔았

기 때문에 그 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방세 십만

원과 함께 약 백만 원이 약간 넘는 돈입니다. 법적으로 교회는 비영리단체여

서 교회 부동산을 매매 시 등록세나 취득세는 면죄되지만, 그때 발생하는 소

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와 지방세는 과세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황당했지요. 독촉장이라면 그때에도 이 세금서가 나왔었을 까요? 아

무리 생각해도 기억에 없습니다. 그것도 벌써 3년이 지난 지금에...무엇보다

마치 세금 회피를 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더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지

금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재정 장로님을 통해 법적으로 확인

한 후, 곧바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영리를 위해 매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택

또한 교회 부동산이어서 사용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몇몇

큰 교회들을 중심으로 교회의 세금면제 혜택을 이용하여 스포츠 센터, 카페

영어학원 등의 수익사업을 해 부당이익을 취한 것이 논란이 되었지요. 교회

건물로 임대 수익을 올리거나, 사택으로 위장해 재산세를 감면받은 일도 적잖

게 있었습니다. 종교단체라 해서 법을 초월할 수 있는 초법기관이 아니기에,

어떤 일을 해도 법을 지키면서 해야 합니다. 아무리 숭고한 목적이 있더라도

교회가 법을 어기면서 일을 한다면 그것은 결코 거룩한 일이 되지 못합니다.

요즘 재벌들이 골목 상권의 빵 가게, 떡볶이 가게, 카페까지 싹쓸이 하려는 것

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마당에, 교회가 인근 상인과 경쟁하는 카페

와 빵집 등을 영리적으로 운영한다면,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이웃 주민들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만약 그 교회 교인 중에 교회 인근에서 동종 업종

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교인은 자기 교회를 어떻게 생각할까? 교회는

이웃 상인을 사랑하지는 못할망정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목적 벗어난 '세금 면제' 교회 과세는 정당’, 2012 7.4일자 뉴스엔조이)

• 목회자 납세 문제

작년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 의해 다시 불붙여진 종교인 과세 문제도 마

찬가지입니다. 저는 원천적으로 종교인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세금을 내려고 세무서에 이리저리 알아보기도 하고 기윤실

같은 기관에 문의를 해 보면, 아직은 기준이 없어서 세금 내는 것이 복잡하니

그저 뜻있는 분들만 개별적 차원에서 낼 뿐입니다. 나아가 몇몇 해결해야 할

논란들이 있는데, “성직자가 근로소득세를 내야 하는 근로자인가? 성직자가

받는 급여가 근로의 대가인가 아닌가? 이중과세는 아닌가? 생활비도 받지 못

하는 성직자들이 어떻게 세금을 내는가?” 등등 입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국민에게는 납세의 의무가 있고, 소득이 있는 곳이라면 세금을 내야 함은 분

명합니다. 여기에는 교회도 목회자도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요. 오히려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단체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목회자 세금 문제와 관련해 정주채 목사님(향산교회)의 말이 의미 있습니다.

“많은 목사가 세금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는데 간단한 문제다. 하나님께 감

사하는 마음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실천하면 된다. 나는 계명을 수행하

는 마음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 거짓과 탐욕의 세상

그러나 막상 백만 원이 넘는 돈을 내려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천만 원 이익

에 백만 원이라. 그 백만 원에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내가 안내면 짜릿하고 남

이 안 낸 거 알면 정말 열 받는 게 세금이라더니.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체 높고 돈 많으신 분들 수천 수억 원 세금 내기 정말 아깝겠다고

요. 그래서 인사청문회 때마다 탈세 문제가 등장하고 재벌 회장들이 줄줄이

소환되나 봅니다.

이번 박근혜 정부 내각 인선에도 어김없이 부정부패 의혹이 난무합니다. 청문

회를 하기도 전에 낙마한 총리 후보가 있는 가 하면, 많은 후보들이 ‘탈세 선

수들’ 입니다. 그 가운데 기독교인은 또 얼마나 될까요. 편법과 술수를 자행하

는 기독교인이 뉴스거리가 됩니다. 하나님 영광을 얼마나 가릴 것이며 교회

이미지를 낙후시킬지, 옷로비 청문회 때로 올라가지 않더라도 지난 이명박 정

부때 수도 없이 보아 온 사실입니다. 절대 그런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해서는

안 되겠지요. 관료 정치인의 거짓과 기업인의 탈세를 ‘관행’이라 해서 처벌하

지 않고 오히려 눈감아 준다면, 성실하게 세금을 내온 국민들을 허탈하게 할

것입니다.

이런 선상에서 작금의 <사랑의 교회> 문제는 한 교회 한 목회자의 문제가 아

니라, 한국 교회 전반에 퍼져 있는 거짓과 탐욕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

합니다.

“우리는 상사의 호감을 사기 원한다. 그래서 아첨한다. 우리는 그것을 윤활유

라 부른다. 하나님은 그것을 거짓말이라 하신다. 우리는 사람들의 찬탄을 얻기

원한다. 그래서 과장한다. 우리는 그것을 극적 효과라 부른다. 하나님은 그것

을 거짓말이라 하신다. 우리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 원한다. 그래서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분에 맞지 않는 집에서 산다. 우리는 그것을 성공이라 부른다.

하나님은 그것을 거짓된 삶이라 하신다.”

(Max Lucado, <예수님처럼> 115쪽)

• 정직한 교회 운동

이러한 때에 얼마 전부터 기윤실에서 정직운동을 벌인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컨닝추방 운동으로부터 교회 내 투명하고 합리적인 재정공개, 오랜 관행 등을

뿌리 뽑고 철저히 합리적으로 운용되는 교회, 정직하고 본이 되는 크리스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목협에서는 <한국교회 목회자 윤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윤리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교회 선거운동 자정(自淨) 노력, 교인들

의 감시와 감독을 받는 교회의 재정 공개, 결혼의 존엄함과 가정의 순결을지

키는 목회자, 검소와 절제의 모범, 세상 정당 가입 활동 삼갈 것, 타종교들을

존중하며, 그들이 가진 신앙과 종교시설을 폄하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거짓과 탐욕으로 탈세 탈법한 사람들은 끝내 부끄러움을 당하는 나라, 정직하

고 선하게 일하며 사는 사람들이 잘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교회가 먼

저 해야 겠지요. 일천만 성도들이 앞장서야 겠지요. 교회와 성도가 정직의 문

제에 부끄러움이 없을 때, 이 사회의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 (마5:37)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