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도(6) 죽음

• 생명의 신비

이제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엊그제 교회 옆 텃밭에 동네 할머니가 뭘 캐고 계

세요. 교회에 울타리가 없어서 참 좋지요. 아무나 쉽게 교회 안쪽에 들어올 수

있어서.

“뭐 하세요?”

봄나물 뜯으신대요. 봉지에 이만큼 뭘 뜯으셨어요. “이게 뭔데요?” 이름이 세

글자, 뭐라 했는데 잊었어요. “그래 그거로 국 끓여 드세요?” “아니요 무쳐서

먹어요”. 어릴 때 이맘때 되면 어머니하고 밭에 나가 나물 뜯던 생각이 납니

다.

생각해 보면 신비하지요. 겨우내 그곳은 죽은 곳이었어요. 영하의 날씨, 눈비

내리고 꽁꽁 얼어붙은 땅. 누가 거기에 생명이 움터 올 줄 알았겠어요? 뭔가

생명의 씨앗이 땅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썩어서 싹을 틔운 것입니다.

때가 되자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온 것입니다. 밀알의 신비, 생명의 신비입니

다. 종교 개혁자 루터가 말해요. “봄에 돋아나는 나무 잎사귀마다 하나님은 부

활의 약속을 새겨 놓으셨다”

(요12:24)“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계절이 주는 상징성이 있지요. 봄여름가을겨울, 특히 겨울은 죽음을 상징합니

다. 세상은 계절로 하면 한겨울이라 말할 수 있지요. 세상이 얼어붙어서 생명

의 싹을 틔울 수 없습니다. 정치경제 가정 학교 병원 전쟁 테러 전염병 기후

환경. 어디 하나 소망 있는 곳이 없습니다. 2024년 <지구종말시계>가 11시

58분 30초를 가리킵니다. 종말이 90초만 남았습니다. 죽음의 땅이라.

• 주님과 함께 죽고

왜 이렇게 되었는가? 성경은 말씀해요. “인간의 죄와 욕망으로 인해”. 생명과

소망이 되는 하나님과 장벽이 쳐져서.

(사59:2)“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나님 사이를 갈라 놓았고”

그래서 주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심

으로 생명과 구원, 평화와 소망의 싹을 틔우셨습니다. 이제 그를 믿는 곳마다

참된 구원과 행복의 열매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제자란, 주님과 함께 죽고 주님과 다시 산 사람입니다.

(25절)“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

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 즉 죽는 자가 살리라는 말씀입니다.

어느 가정법원에 이혼 청구 소송 가운데 이혼 사유에 ‘감자’라고 적혀 있는 서

류가 있었습니다. 어느 휴일, 아내가 감자를 쪘어요. 감자와 함께 설탕을 가지

고 왔습니다.

그날따라 기분이 별로였던 남편은 30년 동안 소금을 찍어 먹었다는 거예요.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는 집이 어디 있어? 소금 줘”.

근데 그 목소리가 퉁명스럽습니다. 부인이 살짝 기분 나빴어요.

“우리 집은 어릴 때부터 설탕 찍어 먹었는데욧”

그 소리에 남편이 상당히 기분이 상합니다.

“설탕을 찍어 먹으니까 집이 그렇지”

평소에 처가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차에 확 퍼부었습니다.

“아니, 우리 집안이 어디가 어때서? 당신 동생 교육이나 잘 시켜”

“뭐라구? 내 동생이 어때서? 그 집(지구석)이나 잘해”.

싸움이 시작되어 결국 가정법원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뭐부터 시작된

것에요? 감자.

• 나는 날마다 죽노라

이 이야기 듣고는 감자 먹을 때 조심합니다. 아, 감자는 뭐 찍어 먹어야 한

다? 주는 대로! 죄와 욕망 이기심으로 가득한 세상은, 설탕이냐 소금이냐가

작은 문제가 아니에요. 사단은 우리 영혼을 황폐화합니다. 인생을 무너뜨립니

다.

길이 어디 있어요?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15:31). 죄와 욕망이 죽으면 생

명과 구원이 옵니다. 혈기 성격 자존심이 죽으면 평안과 기쁨 행복이 옵니다.

예수를 잘 믿는다는 것은, 제자가 된다는 것은, 날마다 자기에 대해 세상에 대

해 죽는 것입니다.

부활주일을 앞둔 종려주일에 주께서 물으십니다.

“죽어야 다시 사는데, 나와 함께 죽어야 할 것은 무엇이니?”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