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십자가

사순절의 맨 끝, 고난주일을 맞았습니다. 이제 시작되는 고난주간에는 언제 어

느 자리에서든지 십자가를 바라보며 묵상합니다. 기독교 신앙은 예수님을 믿

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믿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복음의 핵심이고 신

앙의 출발점입니다. 매일 골고다 언덕 위에 올라 주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그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 십자가의 능력

성 프란시스(St. Francis) 이야기지요. 누가 우물에서 물을 긷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조그만 나무토막을 물통 안에 띄워 넣고 물을 긷는 것입니다.

“아니 왜 나무토막을 띄우지요?”

“예. 나무토막이 없으면 물이 제 마음대로 출렁거려서 반통 밖에 못 긷습니다.

그 나무토막이 물을 요동치 않게 해서 더 많이 길을 수 있는 것입니다”.

깊은 깨달음을 얻은 성 프란시스는 친구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흔들리는 마음의 물통처럼 살고 있는가! 마치 심하게 흔

들리고 출렁거리는 물통같이 두려움과 고통, 절망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거기

에 십자가라는 막대기를 던져 보게나”.

내 마음과 영혼이 짓눌리고 요동할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붙들라는

말입니다. 목마름의 고통을 아시는 주님께서 우리를 도우시고 함께 져 주실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가 빠진 은혜는 참된 은혜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를 모르는 구원은 천국으로 인도할 수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를 모르는 감격은 영원한 감격을 줄 수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로 연결되지 않는 말씀은 생명을 주지 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보혈이 아니면 인류에게 완전한 속죄의 은총을 줄

수 없습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M. Luther)는 말합니다. “성경을 짜보면 피가 나올 것

이라”. 구약성경을 짜면 짐승, 즉 제사 드린 피가 나오고, 신약성경을 짜면 우

리위해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피가 나올 것이라는 말입니다.

• 네 개의 십자가

그런데 골고다 언덕위에는 네 개의 십자가가 세워져 있습니다.

첫째, 끝까지 예수님을 불신했던 왼편 강도가 진 십자가가 있습니다.

‘모든 죄는 이렇게 죽음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십자가입니다.

둘째, 마지막에 회개한 오른편 강도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죄의 삯은 사망이지만, 예수를 주로 영접하면 구원에 이름을 말해 줍니다.

셋째, 예수께서 지신 보혈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친히 나무에 달리시사 우리

과거와 현재, 미래의 죄를 다 담당하셔서,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

여 살게 하신 십자가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 십자가가 있습니다. 오늘 내게 태인 십자가입니다. 성도는 날

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좇아가야 합니다.

• 제 십자가를 지고

인간의 눈으로 보면 골고다에는 세 개의 십자가만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믿

음의 눈으로 보면, 십자가가 하나 더 있으니, 곧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입니

다.

(눅9:23)“...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예수님’의 십자가가 아니라 ‘제’ 십자가입니다.

‘때때로’가 아니라 ‘날마다’입니다.

‘보는’ 십자가가 아니라 ‘지는’ 십자가입니다.

오늘 내가 져야 할 제 십자가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자녀의 십자가가 있습니

다. 부모라면 마음에 하나씩은 눈물의 십자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단에서 봉

사의 사역 감당하다 지게 되는 말 못할 십자가도 있습니다. 중직자에게 주시

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주님 말씀 전하다가 얻게 되는 곤고함의 십자가도 있

습니다.

이 십자가가 있으십니까? 져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십자가입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묵묵히, 앞장 서 가시는 주님 따라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

입니다. 어쩌다 한번 은혜 받으면 지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져야 합니다. 어제

까지 진 것은 무효입니다. 오늘 다시 새롭게 져야 하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바

른 신앙생활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좇는 삶입니다. 나는 죽고, 예수

님이 사시는 삶입니다.

“내가 X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X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가운데 나는 것은 나를 사랑

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θ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2:20)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