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서 떠나라!

요즘 하나님께서 제게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떠나라!”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교회를 떠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원주에 둥지를 내린 지 이제 10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웬만큼 우리 교우들

을 알고 원주도 익숙해 졌습니다.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말, 향수를 달래

려고 소리치며 하던 말이 아니던데요. 원주가 고향이 되었습니다. 이젠 서울

에 가면 오히려 낯설고, 심지어 고향인 청주에 가도 불편합니다.

목회적으로도 이제 원주영락교회가 익숙합니다. 우리 교우들 ‘어느 가정’,

하면 그 집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 것까지는 몰라도, 그 집 형편이 어

떤지, 기도제목이 무엇인지 웬만큼은 압니다.

어느 집사님, 얼마 전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

답니다. 근데 도무지 적응이 안 되어 예배 끝까지 힘들었다고 하십니다.

“우리 영락교회 예배가 익숙해져서 그러나 봐요.”

• 익숙함에 대하여

예. 목사인 저도 다른 교회에 가면 가끔 불편합니다. 물론 새롭기도 하고 신

선할 때도 있지만, 남의 집에 온 듯 불편할 때도 많습니다. 목사이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저는 우리 교회 예배 순서가 좋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하십시다. 할렐루야!” “아멘!”

이렇게 시작하는 처음부터, 찬송가며 참회기도, 사도신경, 축복송, 설교, 헌

금봉헌, 마지막 찬양과 축도로 끝맺기까지... 찬송은 찬송가와 복음성가가

어울려지고, 참회기도는 통성으로 뜨겁게, 설교는 짧게 예장통합적으로(?),

축복송 시간은 좀 더 화기애-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

새가족 중에 다른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던 분은 우리 예배에 적응하는 시간

이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왜 이 교회는 예배시간에 복음성가를 부릅니까?”

“교독문은 하지 않나요?”

“사도신경이 아니라 주기도문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요즘은, “왜 헌금시간이 없나요?” (봉헌 시간만 있다는 뜻이겠지요)

예, 이해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요? 익숙하지 않아서 입니다. 익숙해지

면 됩니다. 자꾸 하다 보면 익숙해 져서 편안할 때가 올 것입니다.

이렇듯 익숙하다는 것, 긍정적인 면들이 있습니다.

예수님도 ‘습관을 좇아’ 산에 오르셔서 기도하셨습니다.

(눅22:39)“예수께서 나가사 습관을 따라 감람산에 가시매 제자들도 따라갔

더니”

• 익숙함의 부작용

그러나 반대로 이 익숙함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습니다.

“목사님, 예배가 매 주 그게 그거고 똑같아 지루해요.”

“찬송도 늘 비슷하고, 기도도 맨 그 기도에, 새로운 게 없어요.”

“제가 목사님 설교 10년 들었습니다. 무슨 말씀 나오면 대충 설교 어디쯤

왔다는 거 압니다.”

예,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 교회에서 오래 하다 보면 모든 것에 익숙해집니다.

처음 교회에 와서 예배 드릴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

라 별 기대 없이 나옵니다. 익숙해져서 몸에 편한 건 좋은데, 너무 익숙해져

서 새로움이 없습니다.

교회에서 하는 행사는 대충 스토리가 뻔합니다. 다 해 봤습니다. 예배도 성

경공부도 봉사도, 성가대 교사 직분도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질 수 있습

니다. 수년 동안 같은 사람에게 설교를 듣다 보니, 주보에 나오는 제목만 봐

도 설교 내용을 짐작하고, 대표기도자는 어떤 기도를 할 것인지 대충 예상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습관적으로 강단에 설 수

있습니다. 기도자는 마음으로가 아니라 입술로만, 찬양인도자는 몸에 밴 요

령으로 인도해 갈 위험이 있습니다.

사람은 친숙하고 익숙해지면 습관을 따라 합니다. 아무 감동 없이, 그저 경

험한 대로 합니다. 내 습관대로 하니 하나님이 절실하지도 않아 집니다. 거

룩함도 새로움도 없어집니다.

이처럼 익숙함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있습니다.

나사렛 사람들이 바로 그러한 경우 아닐까요? 그들은 과거 어릴 때부터 보

았던 예수님에 대해 익숙해 있었습니다.

“목수집 아들이? 메시야라고? 말도 안돼. 그 친구는 내가 잘 알지. 한 동네

에서 같이 커왔는데뭘...”

예수님이 폭풍을 잠잠케 하고,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린다 할지라

도, 그들은 지금의 예수님을 보지 못하고 과거에 한 동네 친구인 예수만 생

각하며 배척했습니다.

이렇듯 신앙생활에서 익숙함이 긍정적으로 작용을 할 때가 있고, 반대로 부

정적으로 작용을 할 때가 있습니다.

• 오늘은 다르게

그래서입니다. 하나님은 “익숙해진 자리에서 떠나라!” 하십니다.

익숙한 관계를, 익숙한 예배를, 익숙한 찬양을 떠나는 것입니다. 처음 만나

는 관계로, ‘아멘’으로 받는 기도로, 가슴 뛰는 예배로, 처음 부르는 새노래

로 찬양하는 것입니다. 몸에 밴 대로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과감히 발걸

음을 옮기는 것입니다.

믿음은 떠나는 것! 내가 오래 자리틀고 있어 안정되고 편안한 곳을 떠나는

것입니다.

물론 공간을 이동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같은 자리, 같은 일을 계속해도 마

음을 새롭게 하라는 뜻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라!

<오늘은 다르게>

(중략)...

세상의 모든 것은 어제 그대로인데

오늘은 그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꽃도 같은 꽃이 아니다

사람도 같은 사람이 아니다

세계의 끝 간 데까지 한 바퀴 돌아온 자리

무너질 것 무너지고 깨어질 것 다 깨어져

처음처럼 허허로이 일어서는 사람

다시 처음이다

오늘 또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다르게 하겠습니다.

어제 함께 했던 사람들을

오늘은 새롭게 대하고

어제 했던 그 일을

오늘은 다르게 하겠습니다.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납니다.

-박노해- <오늘은 다르게> 중에서

• 성경,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습니다. 믿음은 내 경험, 내 익숙한 것을 의지하는 데에서, 매 순간 하

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께 물으면서 가는 여정입니다. 다윗을 하나님 마음

에 합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평생 익숙한 전투일지라도 매번 첫 걸음인

듯 하나님께 물었기 때문입니다.

(삼상2:1절)다윗이 여호와께 여쭈어 가로되 내가 유다 한 성읍으로

올라가리이까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올라가라 다윗이 아뢰되 어디로

가리이까 이르시되 헤브론으로 갈지니라”

우리가 만약 지난 주와 똑같은 예배, 수백 번 불렀던 같은 찬양, 매주 반복

되는 같은 사역이지만, 오늘 처음 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새 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떠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을 보니 성경은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브라함은 떠나는 데 명수였습니다. 본토친척아비 집에서 떠났습니다. 아들

이삭에게서도 떠났습니다. 또 다른 아들 이스마엘과 하갈도 떠나 보냈습니

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명하시면 그대로 순종하였는데, 주로 떠나고 떠

내 보내는 믿음이었습니다.

출(出)애굽이란, 말 그대로 애굽을 떠나는 것입니다. 애굽 고기 가마에 익숙

한 엘을 떠나게 하사 광야로 내 모셨습니다.

하나님은 애굽 궁전에 익숙했던 모세를 떠나게 하십니다. 광야로 내 모시고

40년 훈련을 마친 후에야 돌아오게 하십니다.

야곱을 어떻게 하십니까? 아비 이삭의 집에서 떠나게 하시고, 삼촌 라반의

집에서 떠나게 하십니다. 그리할 때 위대한 역사를 이루었습니다.

바벨론 포로는 이스라엘 땅과 예루살렘 성전을 떠나는 사건입니다. 거기서

안주하고 있던 저들을 이방땅으로 불러 내신 것입니다. 거기서 훈련하신 후

다시 돌아 오게 하십니다.

사도바울이 다메섹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자, 그가 가지고 있던 가문과

학력과 세상적인 빽그라운드에서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고상한 지식

을 붙들었습니다. 뭐에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리할 때 이방선교의 위대

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 떠날수록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

믿음이란 내 능력과 습관, 재능을 버리고 철저하게 하나님 말씀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떠나는 도전’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내 편안한 곳을 떠나 불 속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불에서 나오

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물속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폭풍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 능력을 체험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고난은 축복의 통로라는 말이 맞습니다. 고난은 불속에 던져진 상

황이기 때문입니다. 물속 폭풍가운데 던져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고

난가운데, 내 능력을 떠나 하나님 의지할 때, 오히려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

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내가 떠날수록 하나님은 가까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주님, 이 땅에 오실 때 하늘 보좌를 떠나셨습니다.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나를 구원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이별은 단지 사람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습관이나 생

활패턴, 이미 지나간 인생의 시간과도 이별을 합니다. 이별은 적절한 시기

에 꼭 거쳐야 하는 성장통입니다. 새로움은 오래된 것을 놓아줄 때에만 성

장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 습관과 우리를 신뢰하는 모든 것

과 하루에 몇 번씩이라도 이별을 고하세요. 그것만이 현재에 당신이 존재

할 수 있으며 새로움에 문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생이란 영원한 고향을 찾아 떠나는 길입니다. 진정한 인간은 방랑을

통해 변화합니다. 인간은 집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집을 행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안젤름 그륀(Anselm Grun)- <머물지 말고 흘러라> 중에서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