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을 생각하는 교회>

어느새 6월도 마지막 주간을 맞았습니다. 이 달이 다 가기 전에 나라와 민

족을 생각해 봅니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신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오늘의 이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살고 있으니까요.

• 해방 전후의 아픈 역사

어릴 때 이때가 되면 학교에서 애국조회 때 꼭 부르던 노래가 있었지요.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내나라 내조국”

새삼 노래 말을 되새겨 보면 어린 나이에 부르기엔 참 섬뜩합니다. (그래서

인지, 요즘 애들은 모르는 노래라네요.) 그 안에 미움과 분노와 증오가 담겨

있습니다. 냉전시대의 산물이기에 이해는 되지만,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십자가의 평화를 따르는 성도일진대, 부르기에 불편함이 없지 않습

니다.

우리는 지난날을 반드시 기억하되, 원한이나 분노나 복수가 아닌, 신앙적인

방식으로, 예수께서 하신 방식으로 애국하는 성도들이 되어야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6월에 이 나라 역사를 돌아 볼까요?

6월을 시작하며 6월 6일 현충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주 화요일은 6·25 63

주년 기념일입니다. 8·15광복이 해방의 기쁜 날이지만 온전하지 못했습니

다. 패전국 일본이 짊어져야 할 분단이 한반도를 갈랐기 때문입니다. 여기

에는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의 이념다툼이 있었습니다. 결국 한반도에

서 분단은6·25전쟁으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정진수 장로님. 이젠 구순이 가까우신데요, 6·25때 압록강을 건너 평양에

입성하셨던 참전 용사이십니다. 굉장하시지요. 제가 그 장로님 까마득한 군

대 후배입니다. 7사단 8연대에서 군 생활할 때 늘 듣던 말이 “우리는 평양

선두 입성부대!” 였는데, 그 역사적 사건의 실존인물이 장로님이셨던 것입

니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다 바쳐 싸우신 분들을 기억해 드려야 합니다.

• 아픈 역사의 또 다른 줄기

그런데 그 뿐만 아니지요. 한편으로 6월은 또 다른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6월 항쟁입니다.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박종철 이한열 등의 젊은 학

생들이 죽어 나가자, 수십 수백만의 시민들이 나라를 위해 민주화를 외친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은 80년 광주 민중 항쟁, 더 거슬러 올라가면 60년대

4․19혁명, 70년대 민주화 운동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도 그 날이 오면 그때의 함성들이 살아오는 듯 싶은 것은 저들의 고귀

한 정신이 내 속에 흐르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6·25가 전쟁을 통해 평화를 지켰다면, 6월 항쟁은 민주화 투쟁을

통해 이 땅에 평화를 지킨 아름다운 역사입니다.

모두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날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 땅에 6·25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이 계속해서 민주와 정의, 평화와 통일을 위

해 힘써야 하겠습니다.

• 근현대사에서 기독교의 역할

이렇게 대하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 기독교는 과연 어떤 일들

을 했을까요? 한마디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70년대 서슬 퍼런 유신 치하에서 민청학련 사건을 비롯해 민주화의 선봉에

교회가 있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삼일운동이 일어났을 때 투옥된 이들은 대부분 그리스

도인들입니다. 교회가 신사참배 거부를 비롯해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되었기

때문에 제암리 교회를 비롯해 수없이 파괴된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기독교연합회는 1919년 4월 발행한 ‘삼일운동비사’ (The

Korean Situation)에서 이렇게 증언합니다.

   “한국교회는 참혹한 식민통치 아래에서도 소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유일한

    부류의 한국인들이라...”

당시에 예수를 믿는다는 말과 독립 시위에 참여한다는 말은 같은 말이었습

니다. 그렇게 한국 교회는 이 민족이 어려울 때 함께 했습니다.

6월 첫 주일에는 ‘환경’을 말하더니 이제는 애국이라...

“뭘 자꾸 강단에서 성경 말씀이나 설교하지 딴 소리를 하나?” 하시겠습니

다.

아니요. 그래서 문제입니다. 나라에 애국하는 교회, 환경과 생명을 소중히

하는 성도, 지역을 잘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가정과 일터, 정치를

비롯한 모든 삶의 자리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고 바른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 그것이 신앙생활입니다.

삶의 자리를 떠나 교회로만 오는 것이 바른 신앙이 아닙니다. 진실된 성도

들을 통해 정치가 개혁되고, 경제가 바르게 세워지며, 학교가 군대가 살맛이

나게 되는 것, 그것이 주께서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인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국하는 백성이 되어야 합

니다. 교회에서 민족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행동하는 신앙적 양심으로 정

의를 세워야 합니다. 애국시민을 양성하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마침 우리 교단 총회에서는 정전 60주년 되는 올해부터 광복 70주년을 맞

는 2015년까지 “민족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3년 과정”을 실시합

니다. 3년 과정의 첫 해인 올해는 6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를 “민족의 치

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주간”으로 선포합니다.

묵상집 앱(app)을 다운로드 하시면 매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 혹은 T스토어에서 “기도주간 묵상집”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남북관계가 냉전시대로 돌아가고 국정원의 부정선거로 대학생들이 다시 촛

불을 드는 이 시대, 민족을 생각하며 우셨던 예수님의 눈물이 저기 큰 강물

이 되어 되살아오는 듯합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