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십자가

2004년 러시아 북오세티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최대의 인질극.

체첸 반군들이 학생들을 인질로 잡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총과 폭탄띠로 무장한 괴한들이 어린 학생과 시민들을 인질로 잡고

군 경찰과 대치한 3일 간은 상상할 수 없는 공포와 비극이었다.

위 사진은 극적으로 살아난 한 소녀의 손을 YTN 기자가 찍은 것이다.

병원으로 실려 온 소녀는 치료를 하기 전부터 의식을 잃고 있었지만,

손에 무언가 쥔 채로 절대 놓지 않았단다.

간호사가 강제로 손을 펼치자, 무엇이 있었을까?

십자가!

그녀의 손에는 다름 아닌 작은 십자가가 있었다.

피투성이 상처 자국과 함께 꼬-옥 쥐고 있던

손십자가

손톱에 때 자국, 손바닥에 상흔으로 보아

어린 그에게 3일 간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으리라.

그러나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내 손에 십자가’을 꼭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결국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기 ‘내 손의 십자가’는 오늘 내게 묻는다.

“네 손 안에는 무엇이 쥐어져 있느냐?”

“네가 꽉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은 무엇이냐?”

아직도 욕망의 끈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현실의 편안함만을 쫓아 안주하고 있는지

죄악의 줄에 미련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그 세상줄이 나를 옭죄고 있는 건

아닌지

주여!

예레미야의 베띠처럼 썩을 것들일랑 놓게 하시고

그 어린 러시아 소녀처럼 ‘내 손에 십자가’를

굳게 붙잡게 하소서.

/사랑으로 샘물

(201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