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솔 시냇가에 있는 교회 

• 군대는 짬밥순? 계급순?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낙오(落伍)'라는 말에 특별한 감정이 있습니다. 심한  

거부감 같은 것이지요. 군에서 낙오자는 실패자에게 붙여지는 부끄러운 이름 

이기 때문입니다. 사나흘을 밤낮없이 걷는 100km 행군에서 낙오하기라도 하

면, 내무반에서 깨지는 것은 물론이요 온갖 비웃음과 눈총의 대상이 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저도 군대에서 한 번 낙오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군대에 그 제도가 없어졌다고 하던데요. 분대장 교육, 참 골치 아픈

제도였어요. 지금도 그러나요? 그땐 하사와 병장은 앙숙이었지요. 이십대 초

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여 사는 내무반에는, 이 제도로 인해 상상을

초월하는 갈등들이 있었습니다.

일병이나 상병때 차출해서 분대장 훈련을 갑니다. 두어 달 후에 하사 계급

을 달고 자대로 돌아옵니다. 그러니 소위 ‘짬밥’이 더 높은 병상급병과 문제

가 안 생길 수가 없지요. 계급으로 하자면 하사가 높지만, ‘짬밥’은 병장이

많습니다. 이런 바보 같은 제도를 애시당초 어떤 머리 나쁜 분? 이 제안해

서 시작했는지 모르겠어요.

군대는 ‘짬밥’ 순이라는 병장과, 계급이 우선이라는 분대장 하사와의 사이에

서 죽어나는 것은 쫄다구들입니다. 병고참들은 하사하고는 눈도 마주치지

말고 무시하라 연일 줄빠따를 치고, 하사들은 그런 병들과 매일 철모 야삽

이 날라 다니게 싸웁니다. 개와 고양이 관계라고 할까요? 하사 말을 듣자니

병장이 무섭고, 병장 말을 듣자니 계급이 울고.

실로 한 내무반에 지내는 것이 지옥입니다.

• 완전 꼬인 군 생활

 근데요 제가 병장을 달았던 때였습니다. 이젠 내무반 서열도 높고 웬만한

고생은 다 지나서 좋은 세월이 왔을 때이지요.

하루는 중대장께서 부르십니다.

“최병장, 너 분대장 교육가라!” “예?”

하사 병장 갈등이 너무 심해 이제 분대장 교육은 병장 급에서 서열별로 가

게 되었다나요? 이제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고 자랑스러운 병장 달아 내무반

에서 좀 편해 졌는데, 다시 훈련병이 되어 박박 기어야 한다고요? 3개월 대

학생 복무단축을 계산하면 제대가 5-6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무슨 훈련소로

가래요?

그런데 군대에서 까라면? ... 네. 그래서 도살장 같은 강원도 화천 7사단 신 

병교육대로 다시 끌려들어 갔습니다. 7월과 8월 딱 요맘때 6주간의 훈련. 이 

등병 때라면 참고 견디겠는데 병장 달고 하려니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잘 견뎠습니다. 제가 지금은 배가 좀 나왔어도 그때만 해도 몸이 엄

청 빨랐어요. 제 기억에 무슨 훈련이든 항상 제일 앞에 있었습니다. 각개전

투부터 유격까지, 얼차려든 사격이든, 나이도 많은 편이어서 동생뻘들과 훈

련했는데 그놈의 ‘악으로! 깡으로!’, 절대 뒤처지지 않았어요.

그러자 교만이 하늘을 뻗쳤는지, 내무반에서 어깨에 힘을 줬던 것 같아요.

낙오를 하거나 뒤쳐지는 동료들을 돌보기는커녕, 나도 죽겠다, 때론 은근히

무시하면서……. 실제로 그 가운데 몸이 좀 연약한 친구들은 모든 훈련과

행군에서 낙오자가 되어 뒤에 처지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억하는 한, 그날은 정말 치욕의 날입니다. 화생방 훈련 때였

어요. 그 도살장 같은 강원도 깊은 헛간에 방독면도 없이 수십 명을 몰아넣

고 견디는 시간, 정말 아우슈비츠가 따로 없습니다. 눈물에 콧물에, 죽는 줄

알았지요. 그래도 군에 가기 전에 최루탄 냄새를 꽤나 맡아서 괜찮겠다 싶

었는데도, 여간 고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튀어 나오니 8월의 땡

볕.

“야, 이게 뭐람. 군대 완전 꼬였다!”

그래도 제일 앞에서 잘 견디어 냈습니다.

• 샘물? 물속에서 낙오하다

그런데 그런 제가 낙오를 했습니다. 바로 그 놈의 물 때문입니다. 지금은 자

칭 ‘샘물’이다 폼을 재지만 그땐 수영을 할 줄 몰랐습니다.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물만 보면 무서웠어요. 어릴 때 고향에서 무심천에 많이도 갔지만,

다 무릎까지만 오는 곳에서 땅집고 헤엄치기였지, 깊은 곳에는 엄두도 못냈

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 거예요. 물이 무서워지면 얼마나 무서운지.

화생방을 맨 먼저 끝내고 의기양양하게 있는데, 다음 코스는 상대적으로 편

하고 시원한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랍니다. 그 저수지, 적당히 허리까지 오는

물이 얼마나 시원하고 좋아요.

근데 조교들은 물속에서도 가만히 놀게 하지 않았습니다. 얼차려를 시작하

데요, ‘머리 박고 엎드려뻗쳐!’ 하래요. 그럼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어야 하잖

아요.

도저히 못하겠어요. 아무리 군인정신이라도 2~3초도 못 견디고 거품을 물

고 나왔습니다.

“얌마 넌 뭐야?” “예, 무~물이 무~무섭습니다”

“이새ㄲ-, 빠져 가지고 들어가! 어 안들어가?”

결국 왕창 깨지고 물 밖에서 푸샵하고 있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아, 내가 얼차려를 못받고 낙오자가 되다니!”

그때의 창피함, 낙오자의 부끄러움이란. 요즘 애들 말대로 참 팔렸습니다.  

처음이었지요. 군대에 가서 한 번도 낙오나 열외자가 된 적이 없는데, 부끄

럽고 자존심이 상하는지, 눈을 마주치는 동료들의 비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최현장, 별 거 아니구나, 잘난 체 하더니 꼴좋다...”

여러분, 이렇게 낙오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군대때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

다. 인생에서, 중요한 경주에서 뒤떨어져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 낙오자의 비애 

(삼상30장)에는 이러한 낙오자들이 나옵니다. 브솔시냇가에 다윗의 군사

200명. 시글락에 있던 가족들은 다 아말렉의 포로로 잡혀갔고, 너무 피곤하

고 지쳐 여기 시냇가에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윽고 용감하게 아말렉을 쳐서 끌려간 처자식들을 데리고 온 400명의 군사 

들 앞에서, 낙오자들은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붙잡혀 갔던 그들의 가족들

은 자기 아버지가 구하러 오지 않은 것이지요.

“우리 아빠는요? 우리 남편은 어디 있어요?”

“저기 브솔 시냇가에 쉬고 있다.”

얼마나 창피했겠습니까? 어디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인생에서 낙오된 자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처자식만 돌려주어도 감지덕지입

니다.

그때 다윗의 지도력이 빛납니다.  

"다윗이 이르되 나의 형제들아 여호와께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우리를 치러  

온 그 군대를 우리 손에 넘기셨은즉 그가 우리에게 주신 것을 너희가 이같 

이 못하리라 이 일에 누가 너희에게 듣겠느냐 전장에 내려갔던 자의 분깃 

이나 소유물곁에 머물렀던 자의 분깃이 동일할지니 같이 분배할 것이니라"   

(삼상30:23-24절) 

200명 중에 누구도 남아서 물건을 지키겠다고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브솔 시내를 건너지 못하고 낙오한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다윗은 이들의 자존심을 세워 줍니다. 그냥 남아 쉰 것이 아니라

물건을 지키는 일을 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전리품을 양 진영이 똑같이

분배받아야 마땅하다고, 브솔 시내를 건너 대승을 거둔 400명이나 뒤쳐진

200명이나 똑같이 나누어 받아야 한다고 명합니다. 이 모두가 하나님이 거

져 주신 은혜이기 때문에.

"그에게(다윗) 오로지 나만을 위한 구원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었다. 함께 사

는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안전을 얻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

다. 그는 자신의 영혼 구원에만 함몰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그는 자비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돌봄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일이다.” 폰 휴겔(von Hugel)은 말했다. “기독

교는 우리에게 타인을 돌보아 주라고 가르친다”. 한 세대 후에 시인 오든(W.

H. Auden)은 세상을 향해 최후 통첩을 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든지 아니

면 죽든지 선택해야 합니다”

-<다윗: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E. H. Peterson, 132쪽

• 교회, 오늘의 브솔 시냇가

브솔, 그 이름은 때론 지쳐서 더 이상 가지 못하는 연약한 우리 지체가 있는

자리를 가리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은 그런 자들과 함께 모든

것을 기꺼이 나누는 관대함과 사랑이 있던 자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것

은 바로 우리와 주님과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교회의 모습이

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브솔 시내를 건너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 

로 뒤쳐진 자들. 우리는 그들을 낙오병이나 패잔병으로 처리해선 안 됩니다.  

무조건 전공(戰功)에 따라 분배하는 것, 그것은 지극히 세상적이고 자본주의 

적인 방식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라 믿고 브솔 시내를 건너지 못한  

이들까지 배려하고 돌보는 것, 그것이 신앙인이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입니 

다. 

오늘날 교회가 브솔시냇가가 되어야 하지는 않을까요?

낙오된 자들이 쉼을 얻는 곳, 앞서 간 자들이나 낙오된 자들이나 거져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함께 분배하고 나누는 곳. 교회가 그런 곳이 되

었으면 좋겠습니다. 십자가 아래에는 브솔 시내를 건넌 사람이나 건너지 못

한 사람이나 다 한 가지입니다. 우리의 공로가 아닌 십자가 위에 달리신 그

리스도 예수의 은혜입니다.

그러고 보니, 브솔 시냇가의 다윗은 예수님을 예기(豫期, expectation)합니

다. 다윗이 한 일은 예수님이 하신 일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낙오한 자를

배려하는 것이 예수님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그때 다윗의 그 넉넉한 마음이 그립습니다.

“지쳤느냐? 힘이 없느냐? 종교에 대해 탈진했느냐? 나에게 오라. 그러면 생명

을 회복하리라 나는 너희에게 진정한 쉼을 보여 주겠다. 나와 함께 행하고 나

와 함께 일하라. 내가 어떻게 행하고 일하는지를 보고 배우라. 자연스러운 은

혜의 리듬을 배우라. 나는 너희에게 무겁고 억지스러운 짐을 지우지 않을 것

이다. 나와 교제하라. 그러면 너희는 자유롭고 가볍게 사는 삶을 배울 것이다”

(마11:28-30, The Message).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