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가고 계십니까?”

“단의 진영에 속하여 계수함을 받은 군인의 총계는 십오만 칠천육백

명이라 그들은 기를 따라 후대로 행진할지니라 하시니라”(민2:31)

지난 주간 <성경통독학교>를 잘 마쳤습니다. 비록 목표로 했던 진도는 다

읽어내진 못했지만,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모세 오경을 한 번에 읽어 가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건질 게(?) 없는 본문

모세오경 읽기는 녹록지 않았습니다. 특히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등에 나

오는 율법과 성막, 광야 여정들은 여럿이 함께 통독하지 않았다면 도무지 읽

어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위의 본문 같은 경우입니다.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행군할 때 각 지파를 배치하는 말씀 중에 한 곳입니다. 저들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순서를 따라 질서 있게 진행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진별 행군 대형>

크게 4대(隊)로 나뉘어 행군했는데요, 맨 앞에는 법궤를 멘 제사장들이 서

고, 제1대로서 유다 지파 그룹(유다, 잇사갈, 스블론)이 따르며, 레위아들 게

르손과 므라리 자손들이 성막의 기구를 메고 쫓았습니다.

제2대로서 르우벤 지파 그룹(르우벤, 시므온, 갓)이, 그 뒤를 고핫 자손이

성물을 메고 따랐습니다.

제3대는 에브라임 지파 그룹(에브라임, 므낫세, 베냐민)이 진행했고, 행군의

맨 뒤에는 단 지파 그룹(단, 아셀, 납달리)이 후방을 경계하면서 진행하여

후미를 책임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별로 은혜 될 만한 구절은 아니지요. 이스라엘의 행군

대형, 소위 ‘건질 것’(?)이 없는 본문입니다.

• 스펄전의 묵상

그런데 신앙의 거목들은 역시 보는 눈이 다른 가 봅니다. 이 말씀에 대한

스펄전 목사님의 묵상은 마음에 깊이 와 닿습니다. 그 묵상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단의 진영은 이스라엘 군이 행진할 때 최후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러

나 그들도 선두에 선 지파들과 마찬가지로 그 군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

다. 그들 역시 똑같은 구름 기둥을 따라갔으며, 다른 지파들이 먹던 만나와

똑같은 만나를 먹었고, 똑같은 반석에서 나오는 물을 마셨으며, 다른 지파

들이 향해 가던 바로 그 기업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비록

끝자리에 있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존재라 해도 낙심치 말고 힘을 내십시오.

그 군대에 소속되어 선두에 선 자들과 함께 행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권입니다.

더욱이 단 지파는 아주 유용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낙오자가 생기면 그들을

챙겨 행렬 속으로 다시 끌어 들이고, 이스라엘 군이 들판에 떨어뜨리고 간

것이 있으면 그것들을 다 주어 모았습니다. 불같은 영의 사람이라면 새로운

진리를 배우고 더 많은 영혼들을 예수님께 인도하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용감하게 밟으며 앞으로 전진할 것입니다. 반면 온건한 영을 가진 사람은

기죽은 영혼들을 회복시키고 구석을 돌보는 일에 종사할 것입니다.

어느 자리에서나 다 맡은 직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자녀라면 반

드시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그래서 전체 군대에 대단한 축복이 될 수 있는 독

특한 자리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후진은 또한 위험한 자리입니다. 성경에

서도 아말렉군이 이스라엘을 습격할 때 최후미에 있는 이들을 먼저 죽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가진 무기들을 잘 갈고 다듬어 영혼들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찰스 H. 스펄전. <365 아침묵상>(안보헌 역). 207쪽, 생명의 말씀사)

어때요? 3층천은 갔다 왔을 참 깊은 묵상이지요.

앞에 섰느냐 뒤에 섰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의 진영을 잘 지키는 것이

었습니다. 단 지파는 유다 지파 다음으로 숫적으로도 우세하였고 유달리 용

감했는데도, 맨 뒤에서 뒤치다꺼리 같은 일을 한다고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저들은 힘든 광야 행군 도중에 지친 낙오자들과, 앞에서 떨어뜨린 물건들을

챙기며 뒤쪽으로부터 오는 위협을 막아내는 임무를 잘 감당했으니, 이것은

앞선 그룹 못지않게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 맨 뒤를 책임지시는 분들

교회에도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 다들 돌아간 텅 빈 예배당에서 의자를 정

리하시는 분, 잃고 간 물건이 있는 지 잘 살피고 문단속을 하시는 분, 강대

상 물을 오르내리시는 분, 찬양대 가운과 피스를 정리하시는 분, 식사를 다

마친 친교실 주방에서 설거지와 마지막 정리를 하시는 분, 한참이 지나야 돌

아오는 차량 운전자들, 교회학교 재정부 영상실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

하며 애쓰시는 분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묵묵히 그 하찮게 보이는 일들

을 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자동차 몇 대가 동행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있지요. 길을 잘 아는

차량이 맨 앞장을 서고 그 사이에 길눈이 어두운 차를 끼워 줍니다. 그리고

맨 뒤에는 선도차 못지않게 능숙한 운전자가 뒤따르며 대열에서 쳐지지 않

도록 도와줍니다.

언젠가 함께 산행할 때 보니 우리 등산반도 이런 게 있더군요. 맨 앞에 반

장이 앞서가고 맨 뒤에는 반장만큼 노련한 성도가 따라 붙어 중간에서 낙오

하거나 곁길로 가는 분들을 챙기는 것입니다.

때론 어떤 선도자는 뒤에서 제대로 따라오는 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가지요. 그럴 때 일수록 후미를 담당한 사람의 뒤처리가 중요함을 깨

닫게 됩니다.

예! 맨 앞장 선 유다 지파도 귀하지만, 뒤에서 궂은 일을 하며 함께 가게 해

주는 단 지파도 중요합니다.

당신은 신앙의 행렬에서 어디쯤에서 가고 계십니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