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신앙

• 도루묵

도루묵이라는 물고기가 있지요. 동해안 수심 150m 정도가 되는 바닥의 모래

나 뻘, 진흙이 섞인 곳에 주로 서식합니다. 치어일 때는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서식하다가 산란기인 11-12월이 되면 수심이 얕은 곳까지 몰려와 모자반과

같은 해조류에 알을 부착합니다. 주 산란해역은 강원도 연안이고 암컷이 수컷

보다 커서 26cm까지 자랍니다. 도루묵은 동해안이 아니면 구경하기 어려운

동해 특산어종으로서, 저인망에서는 연중 어획하고 자망에서는 산란기에 연안

가까이 들어오는 도루묵을 어획합니다. 겨울철 도루묵을 찌게나 구이로 만든

음식은 강원 지역의 대표적 별미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도루묵이란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신의주까지 피난 갔을 때의 일입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차에 유성룡인가 하

는 사람이 구해 온 생선을 먹게 되었는데, 생전 그렇게 맛있는 생선은 처음이

라고 감탄했습니다. 배고픈 피난 시절이어서 그랬던 것이지요. 임금이 그 생선

의 이름을 물어보니, ‘묵'이라고 했습니다.

“묵? 아니 맛은 그리 좋은데 이름이 너무 보잘 것 없지 않는가?”

그래서 선조는 그 자리에서 ‘묵'의 이름을 ‘은어(銀魚)'로 고치도록 했습니다.

얼마 후 난리가 끝나 임금은 궁에 돌아 왔습니다. 하루는 임금이 피난길에 먹

었던 ‘묵’, 아니 은어가 생각나 수라상에 올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에요. 전에 먹던 그 ‘은어’ 맛이 영 아니었습니다. 왜요? 요리를 잘 못해서?

아니요. 입맛이 다시 궁중 산해진미로 길들여졌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임금

은 다시 묵어로 부르라 명령했습니다. ‘묵어→은어→도루묵어, 이렇게 음의 변

이가 일어난 것입니다.

• 도루묵 신앙

여기서 생긴 말이 ‘도루묵’입니다. 말짱 도루묵이라. 모든 일이 허사로 돌아가

게 되었을 때 쓰는 표현이지요.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황당

한 경우입니다.

여러분의 인생 가운데 말짱 도루묵의 경험이 있으신지요? 밤새 수고하여 논문

을 완성했는데 갑자기 컴퓨터에서 날라간 적이 있습니다. 며칠 동안 힘들여

다이어트를 했는데 추석날 기름진 음식 앞에서 도루묵이 되었습니다. 실제 알

코올 중독자 중에는 3년간 금주에 성공했다가 ‘딱 한 잔만’의 유혹에 넘어가

면 그동안 못 먹었던 술을 다 퍼마신다고 합니다.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지

요.

성경에도 이런 사람이 나오지요. (눅12장)에 어리석은 부자입니다. 부자가 농

사를 잘 지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창고가

부족할 정도입니다. 창고를 더 크게 지어서 모든 곡식을 쌓아두었습니다. 그리

고 생각합니다.

“이제 부자가 되었으니 내 인생 멋지게 먹고 마시고 즐겨보자”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지요.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눅12:20절)

‘도로 찾으리니’. 도루묵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수고하고 노력하여 많은 것

을 쌓아두고 장밋빛 꿈을 꾼다고 해도, 오늘 밤 죽는다면 그 모든 것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말짱 도루묵 인생이 되는 것이지요.

혹 우리 신앙도 이럴 수 있지 않을까? 어렵고 힘들 때는 하나님께 울며불며

매달리다가 이제 좀 편해지니까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린 채 멀리하는 경우

입니다. 도루묵 신앙이라. 아합과 이세벨이 그랬습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그랬습니다. 이스라엘이 광야 생활 중에 매일 하늘에서 만나가 내려오는데, 욕

심을 내서 거둔 자나 필요한 만큼 거둔 자가 똑같았다고 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습니다. 욕심 부려봤자 거기서 거기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need)를 채워주시지 탐욕(greed)을 채워 주시지 않습니

다. 욕심을 채우려고 하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그 욕심으로 인생을 망

가뜨립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모

든 쓸 것을’(all your need) 채워 주십니다. 분명 필요(need)를 채워주시지 탐

욕(greedy)이 아닙니다.

혹여 도루묵 신앙은 아닌지 돌아보는 가을날입니다.

/사랑으로 샘물

(2013,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