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발걸음마다 은총이었네>

• 그래두 감사하지유~

“인제 담주에 병원가유. 괜찮으문 ‘또 세 달 살려 주셨구나~’ 하는 거지유”

본당 앞에서 만난 어르신, 금요일마다 엘림에서 드리는 구역예배에 오는 길

이십니다. 병원에서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들은 지 1년이 넘었습니다. 그저 기

도하며 믿음으로 버텨 왔지요. 그래도 늘 지긋이 웃는 얼굴이셔서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인지 분간이 안 됩니다.

3개월마다 사형대에 서는 심정으로 병원에 가서 사진 찍고 종양 수치 재고,

때론 괜찮다는 말에 천국에 오르고, 안 좋다면 날개 꺽인 새처럼 되어 며칠

후에 다시 가서 검사해야 합니다.

아~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려나.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는 것인가.

새벽에 나와 기도하시는 모습이 힘에 겨워 보이십니다.

“그래두 감사하지유. 이만큼 살게 해 주셔서...”

아무 여한도 없다는 듯 덤덤하게 하시는 말씀. 없는 것에 욕심내지 말고 있

는 것에 감사하라고, 살아 온 오랜 세월이 가르쳐 준 지혜일까요? 아니면 목

사가 헤아릴 수도 없는 더 깊은 영성의 고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 독일의 암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라 하지요.

중년의 한 환자가 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그는 깊은 신앙을

갖고 있는 성도였는데 안타깝게도 혀암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 수술을 하면

앞으로 다시는 말을 못합니다. 환자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수

술 전 마취 주사를 손에 든 의사가 잠시 머뭇거리면서 말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씀은 없습니까?”

입을 열어 혀를 가지고 말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수술실에

있던 간호사, 의사들이 심각하게 그를 지켜보는 사이 침묵과 긴장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모두들 속으로 ‘과연 저 환자가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할까’ 하

며 주목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암 환자는 잠시 눈물을 흘리고는 입을 열었

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그는 이 말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감사’라는 말을 남긴

것이지요. 진정한 감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신앙고백입니다.

• 날 구원하신 주 감사♫

<날 구원하신 주 감사>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해마다 감사주일이 되면 자주

불리는 노래이지요. 감사절 말씀 준비를 하다 가만히 본당에 들어가 이 찬

양을 불러 보는데요 가사가 너무 좋습니다.

<날 구원하신 주 감사>♫

1.날 구원 하신 주 감사 모든 것 주심 감사

지난 추억 인해 감사 주 내 곁에 계시네

향기로운 봄철에 감사 외론 가을 날 감사

사라진 눈물도 감사 나의 영혼 평안해

2.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 하신 것 감사

헤쳐 나온 풍랑 감사 모든 것 채우시네

아픔과 기쁨도 감사 절망 중 위로 감사

측량 못할 은혜 감사 크신 사랑 감사해

3.길가에 장미꽃 감사 장미꽃 가시 감사

따스한 사랑의 가정 일용할 양식 감사

기쁨과 슬픔도 감사 하늘 평안을 감사

내일의 희망을 감사 영원토록 감사해

3절까지 고스란히 다 불렀을 때였습니다. 그리 슬픈 가락도 아닌데 눈에 고

이는 눈물. 예, 그랬습니다. 어쩜 그리 제 마음을 잘 표현했는지요.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 보니 향기로운 봄철도, 외로운 가을날도 있었습니다.

아픔과 슬픔의 눈물이 있었던가 하면 기쁨과 감격의 웃음도 있었습니다. 응

답받은 기도도 있었지만, 거절하신 듯한 순간도 새록새록합니다.

그러나 이 찬송을 부르며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모든 것이 감사였습니다.

그 슬픔과 절망의 순간에 그 만큼 하늘의 위로가 컸습니다. 마음이 무거울

때마다 받아 주던 손길들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듯한 순간에

도 ‘힘내라’ 응원해 주던, 말없이 다가와 어깨를 빌려 주시던 분들이 계셨습

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구원하시고 내일의 희망을 주신 우리 주님이 '여호와

삼마', 거기에 늘 계셨습니다.

이 넉넉한 감사의 계절, 이현주 목사님의 책제목이 저의 고백입니다.

<돌아보니 발걸음마다 은총이었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