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달인, 안나

• 달인(達人)

어느 때부터인가 달인이라는 말을 흔하게 듣습니다. 예전 같으면 ‘대가’ 혹

은 ‘도사’라 불렀을 터인데, 이제는 달인으로 통일해 부르는 듯합니다.

여기에는 개그맨 김병만 씨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그는 개그콘서트

의 달인이라는 코너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새롭고 조금은 위험한 일에 도

전하여 사람들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16년 동안 ~어쩌고저쩌고 해 오신~ 김병만 선생님 모셨습니다”

진행을 맡은 뚱뚱한 분의 멘트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국어사전에 보니 달인을 “널리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정통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 정의했습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특정 분야에 통달한 달인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그 일에

수 년, 혹은 평생 동안 열정을 바쳐 노력함으로 그 분야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일’이란 전문적인 직업에서부터 실생활 잡기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일상의 모든 행위가 포함됩니다. 일테면, 주차의 달인, 창고 박스 쌓기, 불

량 제품 찾기, 마늘 썰기, 밥알 개수 동일하게 초밥 만들기의 달인... 등등.

저도 가끔 TV에 달인 프로그램을 보곤 합니다. 그 빠른 눈썰미와 손놀림이

정말 기가 막히지요. 사람의 기술이라고 할 수 없는 신기한 묘기들을 보여

줍니다.

언젠가 ‘배드민턴의 달인’이 나온 것을 보았는데요, 체육관 저 멀리 수십 미

터 떨어진 작은 그릇에 그 배드민턴 공을 정확하게 집어넣는 거예요. 그것

도 수도 없이요. 정말이지 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었습니다.

보통 한 분야에서 적게는 5년에서 20여년 정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지만 그

정도의 달인이 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먹고 살려고, 또는 취미 삼아 시작

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까 어느새 그 분야의 최고가 된 것입니다. 수년 동

안 반복해서 하는 일이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마치 제 삶의 일부로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신앙의 달인

가만히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신앙생활에도 달인이 있을까? 교회에서 수

년 수십 년 동안 열정과 기쁨으로 일해서 이제는 눈감고도 척척 해내는 성

도 말입니다.

성도 가운데는 보통 10년 20년 아니 그 이상을 믿음으로 살아온 분들이 계

십니다. 그 분들 모두 신앙의 달인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인데, 어떠십니까?

말씀보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봉사하는 데에는 도가 튼 달인 성도가 있습니

까?

근거가 있는지 모르지만, 김병만은 '16년'을 해서 달인이 되었다 하는데, 혹

우리 신앙의 연수는 그보다 오래 되었는데 초보신앙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

닌지요.

교회에서 맡은 사명을 가지고 수년 동안 꾸준히 봉사하는 참 미더운 분들이

계시지요. 주일예배로부터 새벽제단까지, 주방에서 차량으로 교사로 성가대

로, 영상실 재정부에서 열심히 섬기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기도의 달인이 있습니다. 전도의 달인, 봉사의 달인, 찬양의 달인,

청소의 달인, 설거지의 달인, 밝은 미소의 달인, 인내의 달인...

오늘 새벽은 눈도 오고 너무 추워서 몇 분 오지 못하셨네요. 오늘 같은 날에

도 새벽에 오신 분들은 ‘새벽제단의 달인’이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떤 달인이 되고 싶으십니까? 네? S라인의 달인

요? 질투의 달인? 게으름의 달인?

목사들 가운데도 달인이 있다는 데요, 개달, 건달, 통달, 목달 등으로 불립

니다. 개척을 많이 한 목사는 개달(개척의 달인), 교회 건축을 잘 하는 건달

목사, 통독을 잘 하는 통달, 목회를 잘 하는 목달 목사...

• 기다림의 달인

그러고 보니 성경에는 수많은 달인들이 등장합니다. 에녹, 아브라함, 요셉,

모세, 사무엘, 다윗, 엘리야, 사도바울 등. 저들은 모두 그 시대에 제각각의

믿음과 성실함으로 그 분야에 달인이 된 영웅들입니다.

그렇다면 성탄을 기다리는 이 대림절을 보내며, 성경에 기다림의 달인은 누

구일까요?

방주를 쌓으며 120년을 기다린 노아?

이삭을 얻기까지 25년을 기다린 아브라함?

다시 아비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21년을 인내한 야곱?

애굽의 총리가 되기까지 13년을 기다린 요셉?

15세 때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았지만 30세가 돼서야 정식 왕이 된 다윗?

40년에 40년을 더 기다려 출애굽의 지도자가 된 모세?

다메섹에서 예수님을 만난 후 17년 만에 선교사역을 시작한 바울?

지난 주일에 본 시므온과 안나는 어떻습니까? 저들은 아기 예수를 품에 안

기까지 평생을 기다려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여선지자 안나는 실로 ‘기다림의 달인’이라 생각됩니다. 그녀는 시집온

지 일곱 해 만에 남편이 죽고 여든 네 살이 되도록, 성전에서 밤낮으로 금

식하고 기도하며 메시야를 기다려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머물던 성

전에서 이 땅에 메시아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게 되지요.

안나 선지자의 기다림은 길었지만 헛되지 않았습니다.

  <안나의 기다림>

젊고 고운 때에

남편 잃은 슬픔 딛고

성전에서 금식 기도하며

메시야 기다렸다

일 년을 참고

십 년을 그리워하며

오십 년이 흘러가도

낙타처럼 무릎 꿇은 세월이여

마침내 여든 네 해째

기뻐하라 노선지여!

평생을 사모해 오던 메시야

저-기 성모 품에 안겨 성전에 들어오신다

“저 아이가 그니라

여든 네 해 기다려온 그이라”

세미히 들리는 성령님의 음성,

모든 것이 멈추고

그녀의 가슴 벅차 올라

숨을 죽인다

“이 분이 하나님의 어린양이라오.

우리 백성 죄에서 구원할 하나님의 어린양이라오”

(눅2:36-39 참고)

어느새 백발 할머니가 된 안나

하늘 감격 안고서 아기 예수 전한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