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영락교회, 주보를 말하다

새해가 되면 바뀌는 것이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주보(週報)입니다.

아시나요? 2014년 새해 주보가 바뀌었습니다. 전체적인 6면 틀은 그대로 이

지만, 앞면에 사진이며 각 면마다 색깔과 문양 등이 새로워졌습니다.

대문 사진은 온 성도들이 손을 들고 예배드리는 모습과, 지난 달 <사랑의

연탄>을 하는 사진을 넣었습니다. 연탄을 나르고 계시는 김만종 김수복 집

사님 웃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빨간 목도리에 등이 보이는 여성도는 누구일까요?”

저는 우리 교회 주보가 예쁘고 좋습니다. 물론 아직 아쉽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곱고 예쁘게 무엇보다 ‘품위 있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만은 그득합

니다.

• 주보는 그 교회 목사 닮는다!

주보는 교회 얼굴이지요. 주일에 교회에 오르신 성도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다름 아닌, 주보입니다. 안내위원이 “아이고, 집사님, 잘 계셨어요” 하

면서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것도 이 주보를 통해 이뤄집니다.

특히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 주보는, 펼치는 순간 교회의 첫 이미지가 전달

되어 대략적인 교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요즘은 주보도 중요한 광고매체가 되어 특별하게 만드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을 떠나 목회자들의 에세이나 편지, 권장도서, 함께 기도할 내

용 등을 주보에 담아 차별화하는 교회들입니다.

어떤 교회는 장수가 얼마나 많은지요, 웬만한 소책자만큼이나 두껍습니다.

주보만 받아 봐도 열정적이고 활발한 교회임을 금방 알 수 있게 합니다.

반면에 아주 단출한 주보들도 있습니다. 주로 작은 규모의 교회들인데요, 꼭

있어야 할 정보들만 싣습니다. 접은 마디도 똑바르지 못해 조금은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정성만 잘 들이면 소박하고 예쁜 주보들입니다.

시골 개척교회 주보는 목사님과 어린 자녀들이 둘러 앉아 접어서, 가끔씩

마른 밥풀도 묻어 있다고도 하지요. 거기에는 그 목사님의 뜨거운 눈물도 묻

어 있으리라.

요즘 뜻있는 교회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오히려 소박하게 주보를 만든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주보들은 결코 초라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얼마 전 흥양리 회촌에 한 교회(매지교회?)를 들렀는데요, 예쁜 통나무 건

물, 흰 구름이 내려앉은 종탑만큼이나 주보가 곱더라고요. 비록 한 장짜리

주보여서 교회 사진도 변변히 없지만, 은은한 코스모스로 수놓고 마음을 차

분히 해 주는 시(詩)에다 간단한 예배순서가 들어 있는데, 마음에 확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목사님 얼굴을 뵈니 “아하~!”, 알 것 같았어요. 수줍은 새

색시 같으신 목사님, 세상 욕심이란 다 비우셨을 듯한 갸름한 얼굴, 주보가

꼭 목사님을 닮았더랬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이 있나 봐요. “주보는 그 교회 목사를 닮는다”

우리 교회 주보는 누굴 닮았을까요?

                                                                     2014 원주영락교회 주보

• “잠시만요. 주보 보시고 가실게요~~!”

이참에 주보에 더 관심 가지시라고, 주보 좀 자세히 살펴 볼게요.

우리 주보는 총 6면인데요, 사계절 주보여서 봄이면 봄, 가을이면 가을, 계

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앞면에는 딱딱하고 식상한 교회 건

물 사진 대신 부드러운 문양의 십자가를 넣었고, 실제 예배드리고 봉사하는

사진을 넣어 편안하게 했습니다. 담임목사 이름만 나와 있어 죄송하긴 하지

만, 섬기는 사람들을 교회 대표로만 간소화해서 어떻게든 심플(simple) 하도

록 애썼습니다.

주보 안쪽에 들어가면, 각종 예배 순서와 봉사위원, 구역현황, 성경통신공부

등이 자리해 있습니다. 뒷쪽에는 목자의 글과 마지막으로 교회소식이 이어집

니다. 별거 아닌 광고라 할지라도 되도록이면 복잡하지 않고 간략하게 넣고

자 애씁니다.

담임목사로서 저는 어떻게 하든 한 주간에 글 하나 정도는 써서 홈피와 주

보 <목자의 글>에 싣고자 합니다. 주로 우리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나 성도

들 삶과 연관되는 글들, 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시대 상황 돌아가는 모습

들을 소재로 해서, 그 주일 설교에 적용할 때도 많습니다.

좀 긴 글이 될 때는 홈피엔 전문(全文)을 올리고 주보에는 축약해서 냅니다.

짧은 글이라면 홈피와 주보에 그대로 실습니다. 성도들은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이나 시구(詩句)가 보기 더 편하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글을 잘 쓰셔서 막힘없이 술술 풀어 내시는 목사님들도 있다지만, 저는 졸

필이어서 한 번 쓰려면 밤늦도록 끙끙 거릴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못쓰는 글이지만 목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게 하고, 짧은

지면이지만 긴 여운이 남도록, 혹은 전도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글을 씁니다.

가끔씩은 <목자의 글> 좋다고 하시는 성도들도 계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하루에 한 장씩

무엇보다 2014년 세초에 권면합니다. 주보 안쪽에 성경통신공부에 많이들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교회 영원한 표어가 있지요.

‘말씀과 기도가 있는 하루/은혜와 나눔이 있는 교회’

또한 요람에 교인수칙(2)에 보면 이렇게 강권합니다.

“말씀생활. 매일 새벽예배 진도에 따라 하루에 한 장씩 말씀을 묵상합니다.”

저는 언젠가 <목자의 글>에 여기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하여, 저는 하루에 한 장씩 묵상할 것을 권면합니다.

그래서 새벽예배때는 꼭 한 장씩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맞춰 성경통신공부도 하루에 한 장입니다.

제자반, 사역자반 모여서 굉장한 거 하는 거 아닙니다.

한 주간의 말씀 묵상한 것을 점검하고 나누는 것입니다.

모든 교회 모임에서 한 주간 읽었던 말씀으로 나눔이 있기를 권합니다.

먼저 당회부터 본이 되겠습니다. 오늘 당회가 있는데 당회장으로서,

한 주간 묵상한 말씀을 가지고 나눔의 시간을 갖고 시작하겠습니다.

목사 장로가 모여 QT하는 교회는 반드시 부흥할 것입니다.

남녀선교회가 모여서 일이야기도 바쁘겠지만 말씀나눔 시간을 가지십시오.

각 부서, 기관에서 모일 때마다 계획짜기도 빠듯하겠지만 말씀을 나누십시오.

성도가 모일 때, 세상 얘기에 앞서 그 주간의 말씀을 갖고 받은 은혜를 나누십시오.

말씀을 읽을수록 우리 영혼이 맑아집니다.

말씀을 들을수록 하늘의 지혜가 더해집니다.

말씀을 나눌수록 그 은혜가 풍성해 집니다.

말씀을 행할수록 말씀의 능력을 경험합니다.

(원주영락교회 옛카페, 목자의 글 102번 ‘묵상과 나눔이 있는 교회’ 중에서)

이렇듯 우리가 ‘하루에 한 장씩’ 이라는 슬로건을 따라, 한 주간 일곱 장의

말씀을 읽고, 주보 성경통신공부에 답을 해서 제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

경도 읽고 주보도 유익하게 활용하게 되니 여러모로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보는 우리 교회생활 뿐 아니라 신앙생활에까지 유용함을 줍니다.

• 주보 함께 만드실 부-ㄴ!

물론 가끔 주보가 예배를 방해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예배 시간 내내

하는 일이 주보 1면부터 6면까지 꼼꼼히 관찰하는 것입니다. 행여나 오자라

도 있을까봐 걱정하면서요. 물론 주보에 관심이 전혀 없어 성경책에 꽂아 둔

것이 매주 쌓이고 쌓여 한꺼번에 내버리는 분 보다는 감사한 일이지만…….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 소장은, “주보와 교회보는 교회내의 가장 영향력 있

는 문화창출매체” 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건강한 교회 문화를 창출하고 교회와 성도의 쌍방향 의사소통을 고려해 비

전을 담은 표지 구성, 객관성 있고 맞춤법과 성경에 맞는 어휘 사용 등을 위

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독공보 2006년 3월 18일자)

이것을 위해서는 교역자의 힘만으로는 안 됩니다. 문화팀 기자들이 있어서

주보 및 교회 회보, 나아가 지역신문 등을 만들어 갈 손길이 필요합니다.

성도들 삶의 냄새가 나는 주보

따스한 교회 분위기를 담는 주보

신앙생활에 유익함을 주는 주보

성도들을 미소 짓게 하는 주보

쉬 버리기에 아까워 모으게 되는 주보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고픈 주보

보기에도 아름답고 멋진 주보

이런 주보를 함께 만들고 싶은 분, 어디 안 계신가요?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