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풍경

설날 아침, 새벽예배 인도하고 부리나케 청주로 향합니다.

곤히 자고 있는 세 놈들 깨우는 것만 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영민이는 억지로 고양이 세수 시키고 잠결에 차에 태워 출발했습니다.

강원도에 저희가 청주 아버님 댁에 도착하니 곧바로 예배를 시작합니다.

다른 때보다 좀 꾸물댔는지 벌써 아침 준비가 끝나고 기다리신 것입니다.

오늘도 여전히 큰 형님이 예배를 인도하십니다.

지난 주 병실에 모습 그대로 수척해 뵈지만, 많이 나아지셔서 감사입니다.

♫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로다 형용 못하네...”

부모님으로부터 세 아들들 가정, 열다섯 식구 찬송 소리가 우렁찹니다.

새해 첫날 첫 시간 하나님께서 우리 가문에 주시는 말씀이 선포되고,

그리고 기도하는 시간, 고개 숙인 모든 식구들 머리 위에 축복이 임합니다.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예배하는 명절이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시133편)

오랜 만에 먹어 보는 고향집 음식, 엄마 손맛은 여전하시고.  

늘 그렇듯이 예배 때문에 어느새 밥과 국은 조금 식어 있지만,

부모님의 사랑과 형제간의 도타운 정으로 따스히 데펴 먹는 밥.

아버지는 손주들 숟가락에 맛난 것 올려 주시며 흐뭇해하십니다.

어머니는 이제 늙으셨는데도 부엌이 자꾸 신경이 쓰이시는지요,

가만히 앉아 계시라 해도 자꾸 왔다갔다 안절부절 하십니다.

아무 것도 안 한다 하시더니 반찬이 어느새 한 상에 가득합니다.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시는 우리 집", 실로 즐거운 동산 입니다.

맛있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세대별로 절을 합니다.

먼저 저희 삼형제 부부가 팔순의 부모님께 절을 올립니다.

“건강하세요 어버지 엄니”

“그래 고맙다. 새해에도 힘내거라들...”

작년보다 더 늙으신 부모님, 세 아들 낳고 키우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지만,

삼형제가 힘든 세상에서 부족하나마 제 역할하며, 무엇보다 교회에 기둥들이

됨에 감사하십니다. 가만 둘러 보니, 큰 형님과 저희 해서 목사(사모)가 둘씩

이고, 아버님과 작은 형님네 장로(권사) 둘씩, 8명 모두 다 중직자가 되었습

니다.

실로 부모님 찬송과 기도대로 이루어 졌습니다.

“또 우리 자손들 다 주를 기리고 저 성전 돌같이 긴하게 하소서”♫

그 다음엔 7명의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절을 합니다.

큰 형님네 장조카 영롱이는 이번 여름에 결혼 날짜를 잡았습니다. 마냥 어

린 줄 알았는데 벌써 서른이 넘었네요. 좋은 직장 다닌다고 할아버지께 용

돈 드리고 6명 사촌동생들 데리고 아이스크림 쏜답니다.

작은 형님네 두 조카는 대학생들입니다. 하나는 의대, 또 하나는 ROTC 장

교 후보생 입니다. 둘 다 여자 친구들이 있는데 교회에 열심히 다니지 않아

걱정이 많습니다.

큰 형님네 둘째딸 늦둥이 사라와 우리 영운이는 올해 고3이 됩니다. 그래서

인지 둘 다 어깨가 무거워 보이네요. 결과가 잘 나와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면 좋겠습니다. 우리 집 막내들 예은과 영민이는 신났습니다.

받은 용돈으로 무엇을 할까 마냥 즐겁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아빠엄마들에게 아들딸들이 절하는 것으로 성대한(?) 설

세배를 마쳤습니다.

달력은 이미 2월로 넘어갔지만, 우리는 이렇게 다시 새해를 맞은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반기고 격려하며 축복을 빌어 주는 설 명절!

뿌리 없는 세상에서 희떱게 사는 인생들에게, 참으로 귀중한 날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