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완악하게 하셨다?

• 예정과 자유의지

<말씀 통독> 출애굽기를 읽고 있는데요, 열 가지 재앙이 나옵니다. “바로의

마음이 완악하여” (출7:13,22 8:19 9:34,35 13:15). 바로의 마음이 강퍅했기

때문에 애굽에 열 재앙이 내리고 끝내 장자의 죽음까지 이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본문들이 있어요. ‘여호와께서 바로의 마음을 완악

하게 하시니’. 출애굽기에 10번이나 나옵니다. (출4:21 7:3 9:12 10:1,20,27

11:10 14:4,8,17). 의문이 들지요. “그럼 하나님 책임 아니신가?” 하나님께서

바로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으니 말입니다.

성경에는 이런 말씀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의(가나안) 마음이 완악하여 이

스라엘을 대적하여 싸우러 온 것은 여호와께서 그리하게 하신 것이라”(수

11:20). 가룟유다가 예수님을 판 것도 빌라도가 십자가형에 처한 것도 하나님

의 섭리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 말합니다. 신학의 오랜 논쟁거리이지요. 좁게는

‘악의 기원’에 대한 문제이고, 크게는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

한 문제입니다.

• 햇볕이 책임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당신의 형상대로(Imago Dei) 창조하셨습니다. 자유의지와 함

께 선택의 권한을 주시사 책임적 존재로 만드신 것이지요. 바로가 완악해진

것은 분명 자신의 선택이자 책임입니다. 하나님은 출애굽을 통해 이스라엘에

게는 자유를 주시고, 애굽에는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원하셨습니다. 이것이 하

나님께서 역사를 이끄시는 선하신 섭리입니다. 그러나 완악해진 바로는 그 섭

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전능하신 하나님은 바로의 완악함 조차 사

용하시어 출애굽의 역사를 이끌어 가셨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예를 생각해 봅니다. 햇볕이 온 세상에 따스하게 비췹니다. 그러자 얼음

은 녹아서 물이 되지요. 그런데 똑같이 따스한 햇볕이라도 진흙은 더 단단해

집니다. 흙벽돌은 그렇게 만들어지지요. 따스한 햇볕은 똑같이 모두에게 비취

었는데 얼음과 진흙이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선과 악으로. (편의상

부드러운 물을 선으로, 단단한 벽돌을 악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선인과 악인 모두에게 햇볕을 비추십니다(마5:45). 그러나 그것을 어

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부드러운 물이 되기도 하고 단단한 벽돌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모두가 햇볕으로 인해 생긴 결과입니다. 원인으로 보자면 햇볕

때문이지요. 그러나 진흙이 단단한 벽돌이 된 것이 햇볕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음수성독 우음수성유(蛇飮水成毒 牛飮水成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우물물을 먹는데 소가 먹으면 그것으로 젖을 내지만, 뱀은 독을 낸다는 말이

지요. 책임으로 하자면 누구일까요? 우물이 근원이 되었지만, 소는 소대로 뱀

은 뱀대로 자기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같은 엄마일지라도 판사가 된 아들이

있고 살인자가 된 아들이 있다지요. 누구 때문일까요? 엄마? 사실은 각자의

몫이지요. 엄마는 두 아들에게 똑같이 사랑을 베풀 뿐입니다.

“사람이 미련하므로 자기 길을 굽게 하고 마음으로 여호와를 원망하느니라”

(잠19:3)

• 결과론적 오류

성서는 하나님이 모든 만물의 ‘원인자’(Arche)가 되시기에 모든 결과까지도

하나님께 돌립니다. 우리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섭리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내 실수와 죄악까지도 모든 것을 합력해서 선을 이루십니다(롬8:28),

그러나 그렇다고 내가 지은 죄악들도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함부로 돌리면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선한 바로 왕을 완악하게 해서 장자를 죽이고 이스라엘을

출애굽 시키신 것이 아닙니다. 바로가 시험에 들어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를

거부하고 완악해진 것입니다.

“사람이 시험을 받을 때 내가 하나님께 시험을 받는다 하지 말지니...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약1:13-14)

가룟 유다도 마찬가지이지요. 니코스 카잔차스키(Nikos Kazantzakis)의 <그리

스도 최후의 유혹>에는 가룟 유다를 영웅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가 예수님

을 팔아 십자가를 지시사 인류를 구원하셨으니 그는 선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론적 오류입니다. 유다가 완악해져서 예수님을 판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사실을 알고 유다에게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완악해진 유다는 그 말씀을 듣지

않았지요. 하나님의 책임이 아니라 변명할 수 없는 유다의 잘못입니다. 예수님

은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인자는 자기에 대하여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 인자를 파는 그 사람에게는 화

가 있으리로다.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아니하였더라면 제게 좋을 뻔하였

느니라(마26:24)”

• 내버려 두시는 벌

성서신학자들 중에는 이렇게도 해석합니다. “‘바로왕을 완악하게 하셨다’는 말

씀은 ‘완악한 대로 내버려 두셨다’는 뜻이라.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는 자식이

있습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구제 불능, 제 고집대로만 합니다. 결국은 “네 마

음대로 해!”. 무슨 뜻이에요? 완악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뜻일까요? 아니지요.

이제는 어찌할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내버려 두고 기다리겠다는 말입니다. ‘마

음대로 하라’ 했다고 부모가 완악하게 한 것이 아닙니다. 철이 없고 어리석은

자식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응, 그때 아버지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잖

아요. 그래서 망했어요”.

저는 하나님의 가장 큰 벌이 ‘내버려 두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하면 우

리 마음은 추악한 쓰레기통이 되고 결국은 망하게 됩니다. 바로왕이 그랬고,

사울이, 가룟 유다가 그랬습니다. 지옥이 그런 곳이지요. 하나님이 아무 간섭

을 하지 않으시는 곳! 이것을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또한 그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 곧 모든 불의, 추악,

탐욕, 악의가 가득한 자요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이 가득한 자요 수군수

군하는 자요 비방하는 자요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자요 능욕하는 자요 교만

한 자요 자랑하는 자요 악을 도모하는 자요 부모를 거역하는 자요 우매한 자

요 배약하는 자요 무정한 자요 무자비한 자라 그들이 이같은 일을 행하는 자

는 사형에 해당한다고 하나님께서 정하심을 알고도 자기들만 행할 뿐 아니라

또한 그런 일을 행하는 자들을 옳다 하느니라”(롬1:28-32)

오늘도 기도하며 주님께 맡깁니다. “내 마음이 완악해지지 않게 하소서. 주께

서 내 마음을 내버려 두시는 벌에 처하지 않게 하소서. 광야에 내리는 이슬을

머금도록 옥토와 같이 기경하게 하소서”.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