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는 맥추절>

1.

다음 주일은 맥추감사주일로 드립니다. 2013년도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이제

하반기 7월을 맞습니다. 계절은 겨울가고 이제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한 여

름 찜통더위와 싸우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난 6개월 동안 어떠하셨습니까? “감사합니다” 고백할 마음이 준비

되어 있는지요? 혹여 도저히 감사절 예배드리기에 불편한 마음은 없습니까?

기쁘고 신나는 소식의 가정이 있었는가 하면, 어깨가 축 쳐지도록 힘겨운 가

정도 보입니다. 몸에서 아픈 곳에 가장 관심을 주게 되는 것처럼, 삶이 고단하

고 버거운 지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해 옵니다.

교회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존직 선거를 비롯해 많은 사역들이 있었습니

다. 때론 활짝 웃으며 기뻐하던 때도 있었지만, 때론 토끼눈이 되어 조바심 일

던 때, 아픈 마음으로 돌아선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자에게 복이 있습니다. 환경

때문에 하는 감사가 아닙니다. 좋은 일이 있어 감사함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

다. 문제는 넘실대는 홍해 앞에서 애통하며 드리는 감사입니다. 열 세 바퀴째

를 돌아도 벽돌하나 움직이지 않는 여리고 성벽 밑에서 드리는 감사가 귀합니

다. 굶주린 수천수만의 무리들 가운데 오병이어만을 가지고도 감사할 수 있다

면, 우리도 주님의 능력을 힘입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감사는 행복과 불행이 나뉘어 지는 분깃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

행이 끝나고 행복이 시작되는 자리, 감사입니다. 그러므로 감사절이기에 감사

하는 것보다,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진정 행복한 자의 모습입니다. 실로 인생

의 만족과 행복을 가장 빨리 찾는 비결은 범사에 감사하는데 있습니다.

2.

지나온 시간 가만히 톺아보면, 하나님은 감사 열매를 맺을 온갖 인생의 재료

들을 빈틈없이 제공해 주셨습니다. 문제는 우리 마음의 ‘틀’이지요. 똑같은 장

미를 받고도 어떤 사람은, “왜 이렇게 가시만 잔뜩 있는 꽃을 줬느냐”고 불평

하면서 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어떻게 이런 가시나무에서 이렇게 예쁜 꽃이 피느냐?”고

하면서 예쁘게 포장을 해서 상품을 만들어 놓습니다. 내 형편이 어떠하든지

감사하는 마음의 ‘틀’이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늘 감사의 열매를 맺습니다.

한겨울에 붕어빵 장사가 있습니다. 팥을 속에 넣은 밀가루 반죽을 틀에 넣으

면 붕어빵이 만들어져 나옵니다. 재료가 밀가루가 아니라 녹두나 메밀 반죽이

라 해도, 나오는 문양은 똑같습니다. 붕어입니다. 황금을 넣었다는(?) 황금붕

어, 크림치즈 붕어, 야채 붕어... 재료만 다를 뿐이지 붕어빵은 붕어를 만들어

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영혼의 틀은 ‘감사’입니다. 내 생에 들어간 재료들이 어

떠한 것이든, 어떤 사건을 만났든지, 그것이 기쁨이든 눈물이든, 그것을 통해

만들어 내는 열매는 ‘감사’ 뿐입니다. 심지어 고난이 내 인생을 휘둘렀다 할지

라도, 서운함과 손해, 욕먹는 일들로 가득했다 할지라도, 끝내는 감사가 나온

다면 얼마나 복 있는 인생일까요. 틀 자체가 감사의 틀이기 때문입니다. 구겨

진 자존심이 들어가도 역시 나오는 것은 감사요, 죽을병의 고통과 신음이 들

어가도, 나오는 것은 오직 감사입니다.

3.

많은 사람들이 감사의 이유를 어떤 특별한 일에서 찾으려 합니다. 감사의 이

유를 자신의 밖 곧 외부에서 찾는 것입니다. 수입이나 지위나 무엇이 늘어났

다던가, 올라갔다던가 좋아졌을 때 감사를 생각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모든

일이 다 감사입니다. 진정한 감사는 밖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합

니다. 우리가 애써 찾아야 할 감사의 자리는 바로 자기 마음입니다. 마음에 감

사가 있어야 합니다.

행복은 은혜의 길을 따라 감사의 대문으로 들어 옵니다. 아무리 작은 행복도

감사의 마음 없이는 느낄 수 없습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늘 감사가

풍성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집 보다 물질이 풍성하여 행복한 게 아니라, 감사

가 풍성하여 행복한 것입니다.

본훼퍼는 “감사를 통해 인간은 부자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소

유가 부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소유를 바라보는 마음이 우리를 가난한 사람

으로 혹은 부자로도 만듭니다. 그러므로 감사를 찾아야 할 자리는 우리 마음

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감사의 시작은, 우리 자신 곧 ‘존재(Sein)’ 그 자체이어

야 합니다. 나의 생명 있음이, 살아있음이 곧 감사입니다. 작년에 비하여 재산

이 늘었거나 형편이 좋아졌거나 이런저런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면, 그것은

감사의 보너스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는 생명 있음이, 그리고 범사

가 곧 감사입니다. 그리한 자의 행복을 누가 쉽게 빼앗아 갈 수 있겠습니까?

어떤 처지에서든지 항상 감사하며 사는 게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그의 감사의 깊이에 달려 있다”(John, Miller)

4.

아름다운 고백이 있는 찬양을 하나 소개합니다. 엊그제 심야기도회때 은혜 받

은 찬양인데요, 그 시작은 이렇게 됩니다.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불평하지 마세요.”

“왜 이런 슬픔 찾아 왔는지 원망하지 마세요.”

이 가사에 예외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외쳐 보지 않은 성도가

또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이 찬양은 거기에 이렇게 답합니다.

“고난의 뒤편에 있는 주님이 주신 축복 미리 보면서 감사 하세요”

감사가 그 답이라.

<주님 손잡고 일어서세요>

1.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불평하지 마세요

고난의 뒤편에 있는 주님이 주신 축복

미리 보면서 감사 하세요

너무 견디기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이 일하고 계시잖아요

남들은 지쳐 앉아 있을지라도 당신만은 일어서세요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손잡고 계시잖아요

주님이 나와 함께함을 믿는다면

어떤 역경도 이길 수 있잖아요

2.

왜 이런 슬픔 찾아 왔는지 원망하지 마세요

당신이 잃은 것 보다 주님께 받은 은혜

더욱 많음에 감사하세요

너무 견디기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이 일하고 계시잖아요

남들은 지쳐 앉아 있을지라도 당신만은 일어서세요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손잡고 계시잖아요

주님이 나와 함께함을 믿는다면

어떤 역경도 이길 수 있잖아요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손잡고 계시잖아요

주님이 나와 함께함을 믿는다면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잖아요

5.

오래 전 독일의 암 병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중년의 한 기독교인이 수

술실에서 혀의 암 때문에 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이 수술을 하

면 앞으로 다시는 말을 못하는 것이지요. 환자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

니다. 마취 주사를 손에든 의사가 잠시 머뭇거리면서 “마지막으로 남길 말씀

은 없습니까?” 라고 말을 했습니다. 혀를 사용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최후

의 순간이었습니다. 수술실에 있던 간호사, 수습의사, 집도 의사들이 심각하게

그를 지켜보는 사이 침묵과 긴장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모두들 속으로 ‘만일

나도 한마디만 남긴다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암 환자는 잠시 눈물을 흘리고는 입을 열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그는 이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고 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감사’라는 말을

남긴 것이지요. 진정한 감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

는 위대한 신앙고백입니다.

감사절을 앞두고, 감사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은, 준비된 감사로 참 감사

의 절기를 맞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 샘물

(201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