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머릴 둘 곳 없는 떠돌이 인생,

만나면 떠나야 하고

떠남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끈다

산다는 건 만남과 떠남의 연속

엄마 뱃속에서 떠나 이 땅에 와서

부모에게서 떠나 가정을 이루고

죄와 사망에서 떠나 영원한 생명을 얻은 몸

언젠가 세상을 떠나 본디 나온 곳에 이르리라

성경은 떠남이 배경이다

아담이 에덴을 떠남으로 세상 역사가 시작되어서

아브라함은 고향 하란을 떠나 복의 근원이 되었고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자 벧엘의 돌베개를 경험하며

요셉은 부모 형제를 떠나서 이방 땅 총리가 되었으니

그런 떠남의 거목들을 둔 이스라엘이기에,

애굽을 떠나 광야 사십 년, 끝내는 약속의 땅에 이르렀다

믿음은 곧 떠나는 것

‘따르라’는 말씀은 곧 ‘떠나라’는 말씀,

떠나지 않고서는 따를 수 없기에

베드로는 그물과 배를 떠나 주님을 따랐고

바울은 화려한 이력을 버리고 세계 선교의 문을 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따랐지만

떠나지 않았기에 천국 제자가 될 수 없었으니

믿음은 떠남으로 확증되고

떠남은 믿음을 통해 완결된다

영원히 붙박이로 살 줄 알고

움켜쥐고 사는 이들이여

그대 아는가

버려야 떠날 수 있음을

내려놓아야 올리어짐을

죄악으로부터 떠나라

욕망으로부터 떠나라

얽매인 것에서 떠나라

익숙함으로부터 떠나라

안일과 집착에서 떠나라

하늘 보좌를 떠나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성탄에

2017년을 떠내고 내년을 바라보는 마지막에

그대 정녕 떠날 준비를 하며 사는가

오늘 떠나도 후회 없이 살고 있는가

마침내 짧았던 내 인생 저물면

원주천에 물든 분홍빛 노을처럼 황홀하게

내 영혼의 주인이신 당신 품 안에 안겨

깊고 깊이 잠들고 싶어라

“그들이 곧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마4:22)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