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이상을 꿈꾼다. 자신만의 이상적인 세계이기도 하고 사회의 이상적인 모습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의 담론들은 이를 크게 ‘욕망론’이라 해석을 하지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곧 종교적인 이상과 현실적 이상인데, 돌이켜보면 미술의 역사는 전자에서 후자의 역사를 지향해 왔다. 오늘날에 이르면서 이상은 먼 미래에 있거나 혹은 사후의 영원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가 사는 이곳이 이상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종교의 무기력과 포스트 모더니즘과 해체론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경향이 된다. 우리가 사는 지금이 곧 미래이자 이상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예시된 그림은 누구나 미술교과서에서 본 경험이 있는 그림이다. 종교적인 이상세계를 꿈꾸어 왔던 작가로서 형태를 유난히 검고 두껍게 그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의 그림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전시되기도 하였다. 화려하고 강한 원색의 색채를 사용하는 작가로서 ‘색채의 연금술사’로 불려진다. 또한 캔버스에 물감을 1cm 넘게 두텁게 덧칠을 하여 질감의 독특한 무게감을 느끼게도 하는 그의 그림은 모두 현대판 종교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는 파리의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14살 때부터 유리로 그림을 그리는 공방의 보조공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였으나 화가를 지망하여 미술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가난한 유년의 시절과 종교성에 대한 그의 독특한 관심은 차츰 작품으로 표현되기 시작하였으며 마침내 20세기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화가가 되었다. 20세기 초, 근대 유럽의 화단에서 피카소와 마티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는 한편으로 종교색채가 짙은 이유로 작품의 평가와 해석이 간단치 않아 많은 미술 비평가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고전적 이상주의를 버리고 형식실험에 치우친 당시의 화풍과 달리 인간의 영성을 종교적으로 다룬 이유라 여겨진다.

비평가들은 전쟁과 권력투쟁, 사회적 부조리 등을 종교적 관점과 감정으로 공감하여 약자들의 소외와 아픔을 체화하고 함께 괴로워하며 이를 신에게 고발하고 폭로하듯 작품을 제작하였다고 말한다.
   
때문에 현실세계를 보는 그의 관점은 경험주의와 과학적 합리성, 역사주의 등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나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은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즉 느낄 수 있는 것뿐이다.”라고 언급한다.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는 소외되고 버림받는 약자들의 아픔이 단순한 연민의 소재 대상이 아니라 종교성으로 깊게 배어있는 원류의 원죄론적 고통이었으며 이러한 내용은 예수의 얼굴을 통해서, 혹은 광대와 무력한 인간의 군상으로 드러난다.

특히 58점의 연작으로 된 판화 미세레레(Miserere)는 이러한 인간애에 대한 그의 열정과 종교적 이상이 잘 드러난다.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이 말은 그의 예술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고통과 비극의 구원을 염원한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현대적 종교화로서 장엄한 아름다움을 구현하였다 평가되기도 한다.

- 곽영화 화가·미학아티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