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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소식
제목 (펌)사진 어떠한 시선으로 담을 것인가?
이름 지원태
작성일자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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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들이 곳곳에서 살짝 살짝 들려오고 있지요.
겨우내 움츠려 있던 만물들이 소생하는 시기도 오고
사진가들의 발걸음도 이제 좀 더 바빠질 듯 합니다.



카메라의 특성을 이해하고 피사체를 담는데 있어서 피사체와의 교감이 제일 우선시 되어야 하겠지요.
사진가는 눈에 보이는 넓은 세상에서 주제가 되는 피사체를 선정하고 그 피사체가 가장 돋보이게 구성을 하여 하나의 프레임을 구성하고 구성된 프레임에 따라 적절한 심도와 노출로 촬영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본인이 느낀, 혹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의도대로 담는 과정에 우리가 지금까지 다뤄온 기초지식들이 잘 어우러져서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이 사진촬영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사체를 어떤 식으로 바라 볼 것인가는 사람마다 관점들이 다릅니다.
또, 사진가의 심리상태나 처한 환경에 따라서도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나는 어떤 식으로 피사체를 바라보고 있을까? 혹은 어떤 식으로 객관적 현실을 주관적 이미지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 중에서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제 주관 중 하나는 ‘관계’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함께 어우러지는 조화의 관계를 우선하여 보게 되며, 이들의 관계를 제 시선으로 표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 시선들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방법으로 오늘 강좌를 가볍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오늘 소개할 제 사진이 미학적인 관점에서 우수하다거나 결코 훌륭해서 선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취미로 사진을 담으면서 제가 생각하고 보아온 관점을 조심스럽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선으로 보고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제사진 1

이 사진은 2007년 5월 5일 구미시 지산동에서 바라본 아침 소경으로
지금은 4대강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민체육공원으로 탈바꿈되어 다시 볼 수 없는 광경이기도 합니다.
아침 안개가 끼어 저 멀리 둔치 언덕 너머는 자연스럽게 감춰진 다소 몽환적인 날이었지요.
초록색의 들판에 서 있는 나무들 그들간의 관계를 프레임내에 배치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본 사진입니다.
이날 담은 다른 많은 사진들 중에서 이 사진을 저는 베스트로 뽑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날이면 한번씩 꺼내 봅니다.
이 사진에는 참 묘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 사진을 담고 나서 돌아서려는 제게 휴대폰 벨이 울렸습니다.
저를 엄청 따르던 후배에게 전화가 온 것입니다.
'방금 어머님께서 소천하셨다'는 부고였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머리속에서 미묘한 감정들이 녹아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겐 더 많은 애착이 가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그 후배의 어머님이 소천하시는 순간 내 셔터로 담긴 사진… 무슨 관계였을까요?
9년이 지난 지금도 묘합니다.
예제사진 2

2011년 10월 12일 대학캠퍼스 운동장에서 잠자리잡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 중의 한 컷입니다.
이 사진의 제목은 ‘우리 형’ 입니다.
채집통을 들고 잠자리를 하나씩 잡고 있는데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한 마리도 못 잡아 시무룩해 진 아이 곁에 형으로 보이는 아이가 동생을 위로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많은 아이들 중에서 둘간의 관계를 사진으로 말하고 싶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예제사진 3

‘귀가준비’라는 제목의 사진입니다.
2009년 6월 14일, 충북 탄부면 임한리 들녘에서
아버지와 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보이는 일가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귀가 준비를 하고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입니다.
핵가족 시대에 농촌도 일손이 부족한 요즘 2대의 한 가족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촌로는 구부정한 허리로 서둘러 돌아오고, 아들은 호스를 감아올리며 일손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고부간은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느 한 순간을 담은 컷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간의 관계가 재미난 스토리로 구성된 순간이기도 하지요.
예제사진 4

‘자아발견’이란 제목을 단 사진입니다.
2009년 5월 17일 처가에서 볕 좋은 날, 장모님이 키우고 있는 사랑초를 담은 사진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나를 제대로 보고 있는가?
강한 빛을 받으면 피사체의 그림자는 분명해집니다.
바닥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사랑초가 마치 자기 그림자를 보고 있는 듯한 모습에
이 사진을 담아보았습니다.
나와 또 다른 나의 관계…
예제사진 5

비슷한 시기에 담은 위 사진과 비슷한 류의 다른 시선의 사진입니다.
이번엔 그림자가 아니라 거울속에 비친 모습입니다.
'조화를 이루는 관계'를 다룬 사진을 보겠습니다.
예제사진 6

일반적으로 홍련과 백련은 그룹을 지어서 단지별로 각기 다른 영역을 차지하며 자랍니다.
이 사진에서 등장하는 홍련과 백련은 동일한 영역에서 올라와서 서로 기대며 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두 종류의 꽃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Harmony’라는 이름을 붙인 사진입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같은 자리에 있지만, 서로 닮아가는 모습을 가진 ’전이’라는 이름의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예제사진 7

부부가 오래 살면 닮는다고 했나요?
다른 색의 꽃으로 피어난 코스모스가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전이된 칼라를 가진 묘한 장면이었습니다.
꽃 사진 예가 나와서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식물은 스스로 번식하지 못합니다. 바람에 씨를 날려 자신의 DNA를 다른 곳에서 영속하기 위한 본능을 가지고 있지요..
다음 사진 ‘잘가라 내 분신들아~’가 그런 예가 되겠습니다.
예제사진 8

자식을 떠나 보내는 마음으로 의인화해서 표현해 본 사진입니다.
꽃 사진 하나 더 보겠습니다.
예제사진 9

이 사진은 꽃과 벌의 관계를 표현한 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까지는 주 피사체들이 직접적인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예를 보았습니다.
배색으로 조화를 이룬 약간 추상적인 의미의 관계를 표현한 예를 마지막으로 보겠습니다.
예제사진 10

‘Color of April’ 이란 제목을 단 사진입니다.
청보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이지요.
주제인 청보리를 표현함에 있어서 배경에 유채꽃밭을 넣어본 경우입니다.
노란 유채는 형태를 과감히 없애고 색만 차용하여 배경으로 사용하였고, 보리싹으로 시선을 집중되도록 유도되었습니다.
관계라고 표현하기에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어 보입니다만, 주제를 돋보이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부제로 쓰인 '또 다른 관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진에서 꼭 이러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다양한 시도와 시선이 있을 뿐이지요.
그것이 나를 만족시키고 보는 이에게 어떤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면 사진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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