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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봉건제도는 농민들이 영주의 장원의 땅을 경작하여 먹고 사는 대신에 전쟁이 일어나면 영주를 위해 군사가 되어주는 제도였습니다. 11세기 말에 십자군 전쟁은 유럽 농민들이 자기가 사는 곳을 지키는 역할을 벗어나서, 주인이었던 영주를 따라서 유럽 밖의 전쟁에 참여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십자군 전쟁으로 인해 유럽 대륙에서 영주, 기사, 신부, 농민, 장인들, 상인들과 같은 모든 계층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동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유럽 전역에서 십자군이 결성되었기 때문에, 유럽의 다양한 지역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로마네스크라는 통일된 양식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벨기에 투르나이 성당(Tournai catedral),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


또한 십자군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과 세력다툼은 유럽 전역에 혼란과 불안정을 가져오면서 각 지역의 도시들은 제각각 로마시대에 지어졌던 도시의 성벽을 다시 개축하고, 전략 요충지역에 크고 작은 성들과 다리가 건설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중세의 많은 성들을 훨씬 능가하게 세워진 건축물들은 교회였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는 크고 작은 유명한 대부분의 교회 건축물들은 이때에 세워진 것들입니다.

포루투갈의 리스본의 로마네스크 성당의 정면

예루살렘 성지탈환을 위해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전 유럽에 종교적 열기를 불어 넣었고, 유럽에서 각 지역마다 교회를 짓는 건축 붐을 일으켰습니다. 즉 십자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영주들은 생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교회를 짓기 시작했고, 반대로 전사자들 가족들은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추모하기 위해서 교회를 지었습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앙골르메(Angouleme) 성당의 정면, (프랑스)


또한 십자군 전쟁은 사도들과 성자들의 유물과 유품을 유럽으로 유입시키면서, 이러한 유럽에서 성물을 숭배하는 붐을 일으켰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입니다.

당시 이슬람 지배하에 있었던 스페인은 빼앗기 영토를 되찾기 위한 재정복 전쟁을 벌이고 있었으므로,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지를 못했지만, 이는 이슬람 세력과 기독교 사이 전쟁이었으므로 십자군 전쟁과 다름없는 전쟁이었습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런던 타워, 윌리엄 왕이 세운 요새화된 왕궁.


이 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유럽의 왕들과 교회는 스페인의 성전을 지원하기 위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줍니다.

따라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는 단번에 유럽의 가장 중요한 순례지로 떠오르게 되었고, 유럽의 각지의 수도회 수도사들과 순례자들이 참회와 영적 각성을 위해 산티아고로 순례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따라서 수도회들은 수도사들의 순례를 돕기 위해 크고 작은 교회들을 순례길을 따라 세웠고, 이는 바로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들이었습니다.

유럽의 십자군들이 점령지인 시리아에 세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 Krak des chevlier 성 (시리아)


수도원은 6세기에 베네딕토 수도원이 세워진 이후 전 유럽 대륙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에 수도원은 유럽을 속속들이 연결시켜주는 연결망이며,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국제적인 조직망이었습니다. 서로 연결된 각 지역의 수도원들은 세속과 분리되어 사는 수도사들을 위한 공동체로 존속했을 뿐만 아니라, 마을의 일반 신도들이 활동하는 교회이기도 하였으며, 성경을 비롯한 다양한 책들을 필사하고 보존하는 곳이며, 장인의 기술과 예술을 연구하고 전수하는 아카데미였습니다. 당시에 수도원 밖에는 글을 쓰거나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중세의 수도원은 오늘날과는 달리 중세 사회를 이끄는 최고의 종교기관이며 교육기관이며 권력기관으로서 수도원 원장들은 왕과 영주와 다름없는 지배자들이었습니다. 특히 11세기에 전 유럽에 퍼져나간 클루니 수도회를 통해서 로마네스크 양식이 퍼져나갔습니다.

로마네스크 미술

영국 12세기 알반 세터 수도원 (St. Albans Psalter)의 성경책 동방박사 3인

윈체스터 바이블에 그려진 일러스트 '다윗의 생애'

윈체스터 바이블 일러스트레이션 예레미아를 부르시는 하나님

스타벨롯 바이블(Stavelot Bible)의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파크 아베이 성경( Parc Abbey Bible).

카탈란 국립 미술관(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의 카탈란의 로마네스크 벽화

스페인 레온의 산 이시드로(San Isidro) 교회의 판테온(교회내의 묘실)의 벽과 기둥사이에 그려진 로마네스크 벽화들

12 세기의 로마네스크 미술은 성경책 속의 일러스트가 주를 이룹니다.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공을 들여 성경책을 필사하였는데, 세공처럼 그려 넣은 비잔틴 풍의 일러스트들이 들어갔습니다.

로마네스크 교회 건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벽에는 벽화가 그려졌습니다. 오늘날 로마네스크 스타일의 벽화는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국, 독일, 프랑스네델란드와 같은 나라들에서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과 함께 성상파괴 운동이 일어나면서, 교회의 많은 벽화들이 덧칠되어 지워져버렸고, 다른 한편으로 유럽의 교회들은 오랜 세월동안 개축되면서 로마네스크 벽화들이 함께 부서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