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이제 일어나소서 

-세월호를 아파하며

항상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했던 착한 아이들아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고 기다리라면 기다리던

아직 저 산에는 봄꽃들이 다 피지도 못했는데

아직 4월의 바닷바람은 춥고 물은 험하기만 한데

거꾸로 처박힌 배 안에서 

점점 차오르는 물속에서  

얼마나 두렵고 겁이 났을까

엄마 아빠를 불렀겠지

친구들의 손을 붙잡았겠지

그 와중에 ‘사랑한다’는 문자는 엄마를 걱정한 거니 

십자가에서 붉게 들려오는 살려 달라는 외침

그 아래에 어미아비들 가슴은 잿더미가 된다  

배 안 어디쯤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였을 내 아이들아! 

먼저 도망 나와 온돌침상에서 젖은 돈을 말리는 대리선장도

미숙하고 조급하게 배의 방향을 전환한 3등 항해사도  

바로 어른들 모습이고 이 시대 모습이니 

미안하다 얘들아 참으로 부끄럽구나  

누가 그 배 이름을 ‘세월’이라 붙였을까

이 모진 고통의 세월이여

백령도 <천안함>에서 젊은 군인들 산화하더니

태안 해병대 훈련받던 고등학생들 억울하게 가더니

경주에서도 지붕 무너져 꽃같은 대학생들 일찍 지더니

오늘은 진도 앞바다에서 생때같은 아이들,

다시 이유도 모르고 죽어간다

어쩔거나 불쌍한 아빠엄마들

어쩔거나 불쌍한 우리 민족

그 아픔 눈물 되어 온 땅을 적신다.

하나님 아, 하나님 

반도의 십자가 너무 힘겨워

우리들 절규 응답하소서 침묵의 하나님

우리들 기도 들어주소서 귀막은 하나님

어두운 물길 속에서 조난당하신 하나님 

그래도 내게는 한 분 뿐인, 부활의 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리거라 얘들아

조금만 더 힘을 내거라

서로 손을 잡고  

서로 고개 끄덕이며

무심한 배창문 두드려가며

"나 여기 있어요

우리 여기 있어요" 

이제 어둠을 몰아낼 부활의 아침,

죽음의 쇠를 뚫고 나올 붉은 해같은

부활의 여명이 동터올테니

주님, 이제 무덤에서 일어나소서

“내가 여기 있다” 대답해 주소서

떨고 있는 아이들을 따사로이 안아 주소서

꺼져가는 촛불이 다시 밝혀지게

절망이 변해 기쁨의 춤을 추도록

부활의 기쁨이 삼천리에 가득하도록

주님, 이제 일어나소서 

주님 주님 부활의 우리 주님!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