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의 축도

• 막말하는 세상

우리 시대는 아픔과 상처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마음속에 숯덩

이를 안고 살지요. 분노가 가득하고 서로의 약점을 찾아내 저주를 일삼습니

다. 정치권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지요. 저들의 막말 퍼레이드는 사회를 멍

들게 합니다. 보수와 진보, 서로 진영이 달라도 수긍할 수 있는 건강한 비판

은 기대할 수 없을까! 한기총 회장이라는 이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로

교회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말들로 인해 관계들은 깨지고 거

칠어져서 마음문이 꽉 닫힙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일까? 주일이면 세상에서 지치고 상한 심령들이 예배당을

찾아 모여 듭니다. 서로가 뱀눈을 뜨고 꼬투리를 잡아 질책한다면 세상과

다를 바 없겠지요. 교회 올 이유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회개해서 용서 받

아 새사람이 되게 하고, 서로간에는 손을 잡아 주고 위로 격려해서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아브라함을 축복의 통로로 삼으

신 것처럼(창12:3), 교회와 성도로 말미암아 땅의 모든 족속이 복을 얻게 하

는 일입니다. 축복하는 성도, 복을 전하는 교회라. 축복은 먼저 받은 사람이

나누고 유통시켜야 합니다. 축복하면 어둠이 물러가고 기쁨이 넘치고 천국

이 임합니다.

    
영국 북부 한 공원에 나무를 심었는데 마침 12그루였답니다. 이름을 공모했

는데 예수님의 12제자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베드로부터 가룟유다까

지, 12제자 나무들입니다. 그런데 똑같이 심고 똑같이 거름을 주었는데, 한

나무만 시들시들하더라는 거예요. 이상해서 관리자들이 이유를 살펴 보니,

공원에 오가는 이들마다 유독 그 나무에만 저주를 퍼 부은 것입니다. 어떤

나무일까요? 가룟 유다 나무. “가룟유다 이 나쁜 놈, 나무도 못생겼네, 지옥

에나 가라”. 격려해 주고 축복해 주고 쓰다듬어 준 다른 나무들은 잘 자랐지

만, 쏘아 보고 욕을 한 나무는 결국 시들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두렵지요.

저주를 내보내면 저주의 기운이 전해집니다.

일본에 물 전문학자의 연구는 유명하지요. 똑같은 컵에 물을 담아 한쪽에는

매일 아침 축복을 하고, 한쪽에는 욕과 저주를 합니다. 축복한 물은 입자가

고운 육각수의 좋은 물이 되었지만, 저주를 한 물에는 입자가 깨어져 흉측

한 모양이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를 법한 물도 저주가 영향을 미치는데

사람은 오죽하랴! 우리 몸에 70%가 물입니다.

    
• 축복하는 말

기복주의가 왜 문제가 될까요? 세상적인 복에만 치중함이요, 내가 받는 복

에만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영원한 천국의 복을 사모하고, 그 복을

주변에 흘려 보내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축복의 입을 사용하십니다. 성도가

축복하는 것을 게을리 하면 직무유기입니다.

수요일 디모데 전서 강해때 이런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각처에서 남자들이 분노와 다툼이 없이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

기를 원하노라”(딤전2:8)

거룩한 손을 든다는 것은 축복한다는 말입니다. 가정에서 아비가 어미가 영

적인 제사장이 되어, 분노 대신 손을 들고 축복한다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묶였던 매듭이 풀리고, 망가진 관계가 회복되어, 천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임합니다.

    
이런 말이 있어요.

‘수고했어요’ 그 말 한마디가 피곤함을 씻어주고

‘잘했어요’ 그 말 한마디가 용기를 심어주고

‘고마워요’ 그 말 한마디가 새 힘을 얻게 하며

‘사랑해요’ 그 말 한마디가 한 마음 되게 하며

‘괜찮아요’ 그 말 한마디가 부담을 덜어주고

세심한 말 한 마디가 상처를 없애주고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마음의 문 열게 하고

은혜스러운 말 한 마디가 하는 일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 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한다.

    
그렇습니다. 수돗물은 수도관을 타고 와서 살림살이를 돕고, 전기는 전선을

타고 들어와서 어둠을 밝히듯, 축복은 내 입술을 통해 전해 집니다. 그런데

도 왜 이토록 좋은 말을 아끼며 살까요? 비꼬는 말투, 흠잡는 말, 부정적인

말들을 할까요? 칭찬과 격려, 축복의 말을 하십시오. 그런 사람과 가까이 하

십시오. 오늘 우리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 축복의 말입니다.

    
• 축도, 축복의 선포

예배는 가장 큰 축복의 시간입니다. 찬양을 통해 마음문이 열리지요. 마음문

은 열릴수록 복이 옵니다. 기도를 통해 감사와 회개를 하고 마음의 소원을

아룁니다. 주께서 들으시고 응답하시니 이 또한 축복의 시간입니다. 설교는

주의 말씀을 대언함으로 인생의 길을 찾게 합니다. 모두 축복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예배의 마지막, 축도는 축복의 클라이막스입니다. 예배를 집례하는

목사가 모든 성도들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복들을(Blessings) 선포합니다. 사

실은 그 예배에 초대하신 하나님께서,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백성들에게

축복의 선물을 주시는 시간입니다.

    
예전에는 목사님들이 ‘있을지어다’로 축도를 끝냈는데 지금은 바뀌었지요.

‘축원하옵나이다’. 하나님의 ‘선포’(proclamation) 보다 목사의 ‘바람

(petition)’ 쪽에 의미를 둡니다. 그러나 축도의 본래 의미, Benediction은 선

포에 있습니다. 목사의 바람은 부차적이지요. 하나님께서 예배에 참석한 모

든 성도들에게 직접 복을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있을지어다’로 끝

맺어야 맞습니다. 합동측을 비롯해 선포의 축도를 하는 교단들이 대부분입

니다. 단지 이럴 경우, 축도를 하는 목사 자신이 축복을 줄 권한이 있는 것

으로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축도는 목사만 할 수 있는가? 이것 때문에 다투는 교단도 많

은데요, 목사를 청빙하지 못하고 전도사께서 시무하시는 시골 교회는 목사

가 있는 교회를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물론 엄밀히 하자면 모든 성도는 ‘왕

같은 제사장’(벧전2:9)이므로 축도를 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 목사에게만 축

도의 특별한 권세가 부여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교회에서는 각

각의 은사가 있어서, 말씀의 은사를 받은 자가 설교를 하고 축복을 기원하

며 선포합니다. 목사는 그 은사를 따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호(聖號)를 빌

어 축도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평소에 축복기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예배시간에 축도권은 목사에게만 있다고 생각됩니다.

    
축도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어느 시골 목사님은 ‘지금은’ 혹은 ‘이제

는’으로 축도를 시작해야 하는데, ‘시방은’이라 했다는군요. 한국말이 서툰

어느 교포 2세는 ‘요새는’이라 했다나요. 한 은퇴목사님은 설교때 미국 이야

기를 너무 많이 하셔서 축도 순서를 시켰더니, “지금은 내가 미국에서 함께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라고 하셨다네요. 어느 초짜 목사님은 축

도 원고에 “지금부터 영원까지..”에서 강하게 하려고 (강하게) 글자를 써놨

는데, 초짜라 당황해서 그것까지도 읽어버렸대요.

“지금부터 강하게 영원까지 함께 하시기를 축원하옵나이다”

저도 목사 안수 받고는 첫 축도 때가 또렷이 생각납니다. 얼마나 떨렸는지,

강단 위에 써놓고 그대로 읽는데도 힘이 들었습니다. 어느 존경받는 신학자

목사님은 손자가 목사안수 받는 날, 그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축복기도를 받

고자 했다지요. 손자 목사는 당황하며 “할아버지 그렇게 못합니다” 손사래

를 치자, 그 할아버지는 “목사님으로서 축복하는 거란다. 빨리 해다오. 이

노인이 이렇게 하나님의 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더라는 것입니다. 손자

가 안수 받은 것이 감격스러웠을 뿐더러, 금방 안수 받은 목사에게 맨 처음

으로 축복기도 받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목회자의 축복기도, 혹은 축도는 곧

하나님의 복이 임하는 통로가 됩니다.

    
• 거룩한 손을 들 때

어릴 때부터 저희 부모님은 아무리 급해도 축도는 받으라 하셨습니다. 지금

도 식당 한 구석에서 일하시다가도 축도시간만 되면 허둥대며 예배실로 들

어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설교 내내 졸다가 축도 시간에는 정신이 말짱해져

서 정성스럽게(?) 받고 가시는 분도 계십니다.

저 또한 목사로서 이 축도를 귀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받은 복이 누구보다도 많은데, 그 복을 어떻게 받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먼

저는 부모님의 기도 덕입니다. 영락 교우들을 비롯해 저를 아는 많은 성도

들의 기도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목사님들의 수많은 기도

와 축도를 통해 이렇게 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그 목사님들의

입과 손으로 제게 복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예배때 축도는 기도와는 또 다른 것입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복을

빈 것이고, 축도는 하나님께서 직접 복을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

지 얼마나 많은 예배에 참석했겠어요? 모태로부터 중고등부때까지 청주동산

교회에서 주일예배에 거의 빠진 적이 없이 목사님들을 통해 받은 축도가 있

습니다. 신학교에 들어가서도 수많은 채플이 있었고, 전도사로 섬기던 교회

목사님들로부터 받은 기도와 축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제 인생의 뿌

리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그 거룩한 손을 들어 축복하는 시간, 하나님께서

하늘의 보고를 여시는 순간입니다.

    
• 아론의 축도(Aaron's Benediction)

보통 목사의 축도는 이렇지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 함께 하시기를 축원하옵나이다”. 사도 바울이 (고후

13:13절)에서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를 근거로 대부분의 교회에

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꼭 원칙은 아닙니다. 구약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축도가 이어져 오고 있으니 아론의 축도입니다.

(24절)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를 원하며

(25절)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26절)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사람인 제사장이 하는 축도이지만, 각 절마다 여호와라는 주어가 반복됨으

로 복을 주시는 궁극적인 주체는 하나님이심을 3중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점점 내용이 확장되는데, 첫 절에서는 복이라는 단어가 포괄적인 의미

로 사용되고, 둘째 절에서는 ‘그 얼굴을 네게 비추사’라는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해 복받을 사람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절 '그 얼굴을 네

게로 향하여 드사...' 란 표현으로 복을 내리시는 하나님의 순간적 동작까지

아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첫 절(24절)은 ‘지키신다’, 물질적 축복을, 둘째절(25절)은 은혜라는 영적 축

복을, 셋째절(26절)은 평강으로 땅과 하늘의 축복이 합해진 것이라. 구약학

자 델리취(Delitsch)는 24절은 복의 근원 성부의 축복으로, 25절은 은혜를

베푸시는 성자의 축복이며, 26절은 평강을 주시는 성령의 축복으로 해석합

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의 축복이지요. 루터교는 1058년부터

정식으로 이 축도를 사용합니다.

    
• 서로에게 축도를

바울의 축도는 사도적(使徒的) 축도요 아론의 축도는 대제사적(大祭祀的) 축

도입니다. 신학교 시절 예배학 교수는, 축도에는 바울의 축도와 아론의 축도

가 있으니 아론의 축도도 많이 하라고 당부했었습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그

아론의 축도에 대해 설교하고, 아론의 축도로 축도도 하겠습니다. 이 축도

그대로 하나님의 축복이 예배하는 모든 성도들에게 임하길 바랍니다. 그리

고 이 축도를 받은 성도는 서로를 축복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내게 복을

주시고 지키시는 것처럼 당신에게도 그 복이 임하길 비는 것입니다. 하나님

이 얼굴을 내게 향하여 드셨으니 나도 그 성도에게 그리하는 것입니다. 목

회자가 축도하는 마음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그렇게 축복할 때, 그 축

복은 반드시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축복하는 축도

자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