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싸움

• “목사님, 놀다가~”

서울 도림교회에서 청년부를 섬길 때 일이었습니다.

청년들과 함께 청량리에 있는 다일교회 공동체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밥

퍼 최일도 목사님이 시작해서 그때만 해도 한참 자리하고 있었던 때였지요.

우리는 노숙인들과 독거노인들을 대접하는 오병이어 거리, 불우청소년 등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급식과 상담 등 여러 사역들을 둘러보고자 했습니다.

처음에 청량리 로터리에서 그쪽 사역자를 만났지요. 그리고는 곧장 교회 사

무실 쪽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롯데 백화점 야외 주차장 끝자락에서 한적한 골목

으로 꺽어 들자,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 졌습니다. 마치 와선 안 되는 듯

한 야릇한 느낌?

그리고 그 느낌이 드는 순간, 누가 잽싸게 달려들었습니다. 짙은 화장을 하

고 아슬아슬하게 옷을 입은 아가씨들이었습니다. 그리곤 서로 경쟁하듯이 제

팔을 양쪽에서 잡아 다니는 것입니다.

“오빠 놀다가!”

어디겠어요? 예. 알고 보니 그 골목이 유명한 청량리 588 이었습니다.

왜 그러시냐고,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아무리 뿌리치려 해도 얼마나 적극

적인지(?) 순식간에 잡혀 버렸습니다. 청년들이 만류하는데도 막무가내입니

다.

결국 교회 그 사역자 분이 그만 하라고, 교회 목사님이라고 해서 겨우 풀려

나게 되었습니다.

“아하, 목사님이셨구나. 진작 말쌈을 하시지이~~♥”

겨우 위기를 모면하고 골목을 빠져 나오니 바로 가까이에 교회 사무실이 있

었습니다. 알고 보니 청량리 로터리 쪽에서 거기 교회로 가려면 빠른 길이

그 골목길이고, 그 교회 사역자 분은 늘 이곳을 오가기 때문에 여기 아가씨

들과는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여기에는 그런 옛날 집들이 다닥다

닥 붙어서 수많은 골목들로 이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 날 최목사 큰 일 날뻔 했습니다. 저는 가슴이 콩당콩당 정신없이

혼났지만, 청년들은 재미있었는지 나중에 한참까지 이 사건을 들먹이며 목

사를 골려 먹곤 했지요.

“기분이 어땠어요? 목사님, 혹시 딴 마음이 든 건~?”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 저 교회 사역자들은 신앙도 좋다. 사무실을 오가려면 늘 시험에 들텐데

어떻게 이겨내냐? 정말 큰 믿음이 아니면 안되겠다!”

아닌 게 아니라, 그 교회 관계자들이 오갈 때마다 아가씨들이 농담처럼 말

한대요.

“집사님, 놀다가. 장로님~~”

실로 유혹의 한 복판에서 싸우는 교회, 이겨내야 하는 성도들이었습니다.

• 싸워야 하는 세상

가만히 눈을 들어 보니, 그 교회뿐만이 아닙니다. 이 세상은 서로 싸우며 전

쟁하는 곳입니다.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신채호).  

자연을 보십시오. 겉으로는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으로 가득합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이지요. 몸 안의

항체가 세균에 대항하여 싸우는 중입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도 싸움의 연속입니다.

지금도 밀양에서, 강정마을에서 생명을 위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

울 일본 대사관 앞 평화로에서는 20년이 넘게 위안부 할머니들이 수요집회

를 통해 일본과 싸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도 국정원 선거개입의 진

실을 밝히고자 하는 싸움은 여전합니다.

요즘 동계 올림픽에 온 국민이 열광하는데요, 선수들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육체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의 발은 감동이었지

요. 이십대 연약한 여자의 발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온통 상처와 굳

은살이 박여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큰 싸움, 전쟁이 있습니다.

경기도 연천에 백마고지는 6.25전쟁 때인 1952년 10월 6일부터 10일간 남

북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으로 유명하지요. 주인이 24번 바뀌었고 30여만

발의 포탄이 작열되었으며, 중국군 2개 사단 14000명이 전사한 곳으로 끝

내는 육군 9사단이 승리해 사수한 곳입니다.

신학교때 씨알 함석헌 선생님께서 사경회 강사로 오셨습니다. 깊은 기독교

영성을 가지신 분이지만, 당시 시대가 어두운지라 결국 제대로 강연도 못하

고 쫓겨 가셨습니다.

알다시피 그 분은 평생을 싸우셨습니다. 일제하에서 수없이 독립을 위해 싸

우다 일경에 잡혀 갔고, 해방 이후 공산치하에서도 많이 두들겨 맞으셨습니

다. 특히 박정희 전두환 등 군부 정권 때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셨습니

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회자는 싸우는 게 직업이야!”

여기까지만 들으면 시험들 일이지요. 그 다음 말이 중요합니다.

“이 세상의 악, 특히 사회악과 싸워야 돼!”

자, 이렇듯 우리 인생에 수없는 싸움에서 누가 이길까요? 힘센 쪽이 이기겠

지만, 정의와 진리가 이겨야 하고 끝내는 승리할 것입니다.

• 가장 힘든 싸움

그런데 목사가 되어 가만히 돌아보니 싸움 가운데 가장 힘든 싸움이 있었습

니다. 뭘까요?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내 욕심과 자존심, 내 교만과 정욕을

앞에 두고 싸우는 것입니다.

그것을 성경은 영적인 전쟁이라 말합니다. 삶에서 만나는 모든 문제들을 단

순한 생활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영적 싸움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보는 것입

니다.

그래서 성도가 헤어질 때 이렇게 인사합니다.

“승리하십시오.”

악한 세상에서 믿음의 선한 싸움을 잘 싸워 이기라는 권면입니다.

<늙은 인디언 추장의 지혜>라는 의미있는 글이 있습니다.

한 늙은 인디언 추장이 자기 손자에게 자신의 내면에 일어나고 있는 ‘큰 싸

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싸움은 또한 나이 어린 손자의 마

음속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추장은 궁금해 하는 손자에게 설명했습니다.

“얘야, 우리 모두의 속에서 이 싸움이 일어나고 있단다. 두 늑대간의 싸움이

란다”

“한 마리는 악한 늑대로서 그 놈이 가진 것은 화, 질투, 슬픔, 후회, 탐욕,

거만, 자기 동정, 죄의식, 회한, 열등감, 거짓, 자만감, 우월감, 그리고 이기

심이란다.”

“다른 한 마리는 좋은 늑대인데 그가 가진 것들은 기쁨, 평안, 사랑, 소망,

인내심, 평온함, 겸손, 친절, 동정심, 아량, 진실, 그리고 믿음이란다”

손자가 추장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추장은 간단하게 답하였습니다.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

(기독교사상 2002년 12월호)

어떠십니까? 당신은

이 싸움에서 늘 승리하시나요?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라 영생을 취하라

이를 위하여 네가 부르심을 받았고

많은 증인 앞에서 선한 증언을 하였도다” (딤전6:12)

/사랑으로 샘물